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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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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하버드 사랑학 수업
마리 루티 강의
권상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53쪽
1만3000원

‘지금 이 순간, 사랑하지 않는 당신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어느 최신 영화의 광고는 말한다. ‘사랑하라’는 복음은 마치 지상 최대명제인 것처럼 곳곳에 울려 퍼지며 미혼 남녀의 마음을 전전긍긍하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허덕이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사랑은 쌓아야 할 여러 스펙 중 하나다. 그러니 연애 본능은 퇴화하고, 마치 자격증을 따는 것처럼 각종 연애 지침과 공식, 방법론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이 책의 저자는 그럴싸한 기교만 알려주는 연애 지침서를 당장 찢어버리라고 말한다. 상대를 유혹하는 기술 따윈 없으며, 그 기술이 먹힌다 하더라도 단기적일 뿐 그 사랑을 오랫동안 지속하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답답해진다. 어떻게 사랑을 시작해야 하고, 어떻게 떠나 보내야 할 것인가.

 저자는 하버드대에서 3년간 진행했던 ‘사랑에 관하여(On Love)’ 라는 수업을 크게 두 파트로 정리했다.

 하나는 사랑에 관한 ‘오해와 진실’이다. ‘밀고 당기기를 잘해야 연애에 성공한다’ ‘남자는 화성에서 왔고, 여자는 금성에서 왔다’ ‘튕겨야 여자의 몸값이 올라간다’ 같은 고정관념의 실체를 철학적, 과학적 근거와 자신의 연애경험에 빗대어 파헤친다. 결국 얕은 꼼수가 통하는 동등하지 못한 관계는 자존감만 상하게 할 뿐이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진짜배기 사랑을 향해 ‘돌직구’를 던질 용기다. 2부에서 저자는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사랑은 태초에 통제 불가능한 것이니 애쓰지 말고, 조심스러워 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인생 설계를 재조정하도록 촉구하는 것으로 실연만 한 것은 없으므로’(194쪽) 실패를 해도 괜찮다고 토닥인다.

 책은 ‘사랑하면 행복해진다’는 맹목적인 예찬론을 펴지 않는다. 사랑을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이 시대를 비판하기도 한다. 수많은 연애서 중에서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다.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할지니 ‘이 사람이다 싶으면 먼저 전화를 걸어보자.’ (1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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