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012 선택 … 릴레이 인터뷰 ① 공공정치학자 로버트 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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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메리칸대 로버트 듀란(공공정치학·사진) 교수는 “미국은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며 “보수 백인과 비보수 비백인 그룹 간의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듀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진 공화당은 비백인 유권자들을 어떻게 지지표로 끌어들일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에게 2012 미국 대선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상보다 쉽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했다.

 “10월 초 첫 TV토론 이후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선거일을 목전에 앞두고 허리케인 샌디가 롬니의 기회를 앗아갔다. 롬니가 유권자들의 눈에서 사라진 사이 오바마는 민생을 걱정하는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롬니에게 기회는 없었나.

 “오바마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롬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공격한 게 치명적이었다. 롬니가 2008년 경제 위기 때 책임 있는 경제 엘리트들 중 하나였다는 점을 집요하게 부각했다. 보통 경제가 어려울 때는 CEO(최고경영자) 이미지가 도움을 줄 수 있는데 그걸 오바마 캠페인이 차단했다. 첫 TV토론에서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공공정치학자로서 이번 대선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경제적 가치를 둘러싼 선택의 기회였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반면에 롬니는 작은 정부, 시장논리에 입각한 정부 역할론을 내세웠다. 두 가치를 둘러싼 논쟁은 이번 대선의 큰 소득이었다.”

 -백인의 60%가 롬니를, 흑인의 90%와 라틴계 미국인의 70%가 오바마를 지지했다. 미국 사회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른 건 아닌가.

 “이번 선거로 수면 위로 표출됐다. 오랫동안 미국 내에선 두 개의 문화가 충돌해 왔다. 한 쪽은 1960년대의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존재하는 반면, 도시에 몰려든 이주민과 젊은층 유권자들은 반대편에서 전통 가치를 공격해 왔다. 미국 사회가 분열하고 있는 징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오바마 행정부 2기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는.

 “당장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말로 대표되는 재정적자 위기를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오바마 1기 때는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다만 의회와의 관계에서 타협을 강제할 권한이 오바마에겐 없다. 당파적 입장을 초월해 의회를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내야 하는 책임이 주어졌다. 그래야 국민들도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

 -조기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은 없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조기투표가 점점 정당들의 정략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민주당은 젊은 유권자들을 동원하고, 공화당은 조직을 동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캠페인 기금 모금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선거 후유증을 해소하는 데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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