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은행 명퇴바람 거세다

중앙일보

입력

은행의 명퇴바람이 다시 불어닥쳤다.

국민은행이 주택은행과의 합병전 인원감축을 실시하기로 노사가 합의하고 지난 주말부터 명예퇴직 신청에 들어갔다.조흥은행과 한빛은행도 MOU상의 인원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말 이전 명예퇴직 실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외환은행의 경우도 지난달 인사이동 이후 명퇴설이 확산,분위기가 음산하다.은행측의 부인에도 불구,외한은행의 직급대비 연령이 높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행내에서는 40대 후반 간부행원이 이번 명퇴의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구체적인 얘기마저 흘러다닐 정도다.

국민은행의 이번 인력감축 예상 규모는 300~500명 수준.노사가 특별퇴직금으로 1,2,5급 직원의 경우 22개월치, 3,4급 직원의 경우 25개월치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상태다.문제는 우수 인력의 이탈이다.이를 막기 위해 은행측은 명퇴자의 연령, 근속기간 등에 제한을 둘 방침이다.

조흥은행은 150여명 가량 인원을 감축하기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영업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지점보다는 본점의 인력감축 규모를 늘일 계획이다.문제는 노조가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1인당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에서 MOU 목표치를 초과해 달성하고 명퇴가 웬말이냐는 식이다.명퇴 대신 자발퇴직을 실시해야 하다는 게 노조의 공식 입장이다.

한빛은행은 연말까지 400명을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미 지난해 900명 가까운 정규직원이 떠났기 때문에 별 부담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하지만 정리 규모가 예상 외로 많아 계약직 중심의 인력 감축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외환은행의 경우 사정이 좀 색다르다.현재 인원이 MOU상 인원(연말까지 5100명)보다 150명 가령 인원이 작은 상태.오히려 인원을 더 충원해야 할 상황이다.하지만 지난달 인사이동에서 고참 직원들이 연령을 기준으로 한직으로 몰리면서 갑자기 명퇴설이 확산되고 있다.고령화를 예방히기 위해 젊은 피 수혈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다.하지만 그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인원 감축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수익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개인의 실직이 조직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우리 금융산업 구조의 취약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허의도 기자 huhe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