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옥수수밭 갈아엎는 北, 식량난은 엄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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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올해 대외적으로 선전해온 식량난이 과대 포장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멀쩡하게 생산량을 올리고 있는 옥수수 곡창지대를 과수원으로 갈아엎은 사실이 포착되면서다. 북한에서 옥수수는 쌀·감자와 함께 대표적 주식이다.

 지난달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영상과 대북 소식통의 발언을 종합하면 최근 평양 원흥리·광덕리·도덕리 등에 있는 대동강 과수종합농장에서 옥수수 밭을 사과농장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북·일우호연대 대표단이 이 과수원을 둘러보는 장면을 방영하며 “총 992만㎡에 이르는 세계 굴지의 현대적이며 종합적인 대규모 과일 생산기지”로 소개했다. 여의도 면적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정부 당국자는 “ 옥수수 농장을 당초 3개 리(里)만 개조하려다 아예 5개 리 전체를 다 갈아엎기로 했다고 들었다”며 “최근 북한 관영매체에서 대동강 과수농장을 연일 극찬하는 데는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배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0년 대동강 과수농장 땅에 원래 온실을 만들려고 했지만 김정은이 ‘인민에게 과일을 공급할 과수농장을 짓자’고 제안해 조성됐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이 우리의 경찰청 격인 인민보안부에 지시해 지난해 11월 완공했고, 2014년까지 3000t을 생산해 평양시 주민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김정은은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살림집에 선물을 보냈고, 이를 북한 매체들은 “이민위천(以民爲天·백성을 하늘같이 여김)의 숭고한 뜻을 이어 간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소식통은 “옥수수 밭을 갈아엎고 과일을 재배할 여유가 있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호소하는 식량난은 실제 상황과는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식량 지원에 집착하고 있다. 북한은 1일 방북했던 남측 민간단체 남북함께살기운동에 밀가루와 의약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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