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살당한 헤이우드는 영국 스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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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에게 지난해 11월 살해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사진)가 영국 대외정보국(MI6) 스파이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전·현직 영국 관리들과 지인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MI6는 영화 007 시리즈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속한 조직으로 묘사된 곳이다.

 WSJ에 따르면 MI6의 한 요원은 헤이우드와 2009년 처음 만나 1년 이상 접촉하며 보시라이의 사생활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는 헤이우드를 ‘영리한 정보원’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헤이우드는 MI6의 정식 요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대가나 임무를 부여받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헤이우드가 전직 MI6 요원들이 설립한 정보회사 하클루이트에서 일한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하클루이트 측은 “풀타임으로 근무하지 않았고 충칭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지 않았다”며 과거 근무 경력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속속 등장했다. MI6를 관장하는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은 지난 4월 정보 문제 불거론 원칙을 깨고 “헤이우드는 영국 정부의 고용원이 아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에 의해 구카이라이 독살설이 폭로된 지 일주일이 지난 2월 15일까지 중국에 조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당초 지난해 11월 13일 사망했을 당시 과음이라는 결론에 이의 제기나 부검 없이 바로 화장한 것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구카이라이가 왕리쥔에게 ‘스파이를 죽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중국 정보 당국이 헤이우드의 스파이 활동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국원의 최측근에 스파이가 침입했는데 이를 몰랐다면 보안상 심각한 문제인 탓이다. 중국에서 지도자의 사생활은 국가기밀로 분류된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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