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의사커비전] 여자축구 대중화의 길

중앙일보

입력

"정말 여자 맞아?"

짧은 머리칼에 강인한 인상을 주는 검게 탄 얼굴, 꿈틀거리는 굳건한 다리 근육에서 뻗어나오는 빨랫줄 같은 힘찬 슈팅.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첫 우승한 여자축구 대표팀에 대한 팬들의 반응들이다.

1999년 7월 미국에서 열렸던 여자축구 월드컵 미국과 중국의 결승전은 '축구는 남성 전유물' 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과 지칠 줄 모르는 질주, 이도 모자라 골을 넣고 유니폼을 벗어젖히며 스포츠 브래지어를 보이는 야단스러운 몸짓.

미아 햄(미국)과 쑨웬(중국) 등 세계적 스타가 탄생되며 여자축구는 남자 못지 않은 흥행시장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그러나 한국 여자축구는 낙후된 현실 속에서 한숨만을 내쉬었다. 텅빈 스탠드를 바라보며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땀을 흘려왔다. 무관심과 열악한 환경 속에 여자축구는 '버린 자식' 이었다.

한국 여자축구는 40년대 중반 도입됐으나 뒷전에 처져있다가 89년 불가피한 외교적 수단으로 부활을 시도했다. 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에 여자축구를 정식 종목으로 삼으려는 중국 입장에 호응하기 위해 서둘러 대표팀이 급조됐다.

하키.핸드볼에 태권도 선수들까지 끌어모아 축구 유니폼을 입혔다. 말이 대표팀이지 수준은 초등학교 남자선수들과 경기를 해도 이기지 못할 정도였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앞서 가진 데뷔전에서 일본에 무려 1-13으로 대패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에 1-8, 북한에 0-7, 중국에 0-8, 대만에 0-7로 지며 무려 30골을 내주었다. 불과 10년 남짓 흐른 지금 상황은 바뀌었다. 한국 여자축구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여자축구의 '비전' 을 선포하기에 충분했다. 남자축구보다 먼저 월드컵 8강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새로운 시작의 목표는 물론 월드컵.올림픽.아시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꿈이 달성되려면 구체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가장 으뜸은 바로 여자축구의 대중화다. 현재 실업 3개, 대학 10개, 고교 16개, 중학교 22개, 초등학교 15개팀인 실정에서는 세계 수준을 따라잡기 어렵다.

중국은 10개 실업팀이 연중리그를 실시하고 있고, 2부리그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여자 축구리그(레이디 리그)가 13년째 실시 중이다.

또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유망주들의 조기 발굴이다. 한국의 여성들은 그동안 올림픽 등을 통해 하키.핸드볼 등의 종목에서 남자선수들이 이루지 못한 세계 제패를 일궈냈다. 이제 여자축구의 순서다.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에 다시 한번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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