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탈탈’ 탈곡기에서 ‘우수수’ 낟알 신기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9면

천안쌍정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옛날식 탈곡기로 추수 체험을 하고 있다.

“와! 신기해요. 선생님 낟알이 마구 떨어져요. 이걸로 밥 지어 먹을 수 있는 거예요.”

 낫으로 벤 볏단을 들고 전통 농기구인 호롱기(족답식 탈곡기)와 홀태 체험을 하는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낟알을 보며 연신 탄성을 질렀다. 패달을 밟을 때마다 ‘탈탈탈’ 소리를 내는 탈곡기를 처음 본 학생들은 볏단을 이쪽저쪽으로 돌려가며 마지막 낟알까지 떨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교 화단과 화분의 텃논에 모내기를 한 후 벼의 전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정성껏 가꿔온 벼를 타작하는 순간이었다.

 지난 달 31일 오전. 천안쌍정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그야말로 이색 체험이 벌어졌다. 도심에서 좀처럼 체험하기 어려운 ‘가을 추수 한마당’ 행사가 열린 것.

 ㈔천안시친환경생산자연합회의 도움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전교생 700명과 학부모 100여 명이 함께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총 15개의 부스가 마련된 운동장을 차례로 돌면서 체험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얼굴은 호기심과 흥미로 가득 찼다. 1인 1포기 벼 베기를 시작으로 벼 타작과 도정 과정을 순서대로 체험했다. 떡메치기, 새끼 꼬기, 달걀꾸러미 만들기, 튀밥 튀기기 등의 민속놀이도 함께 진행돼 학생과 학부모들이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 반 친구들과 함께 만든 허수아비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떡볶이를 맛보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쌍정초는 지난해부터 ‘한 뼘 농장’이라는 이름으로 각 학급별 텃논을 나눠주고 녹색식물을 심고 가꾸도록 했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심어진 농작물은 그 종류만도 40여 가지가 넘는다. 반마다 하나씩 만들어 세워 놓은 허수아비들은 가을 추수 한마당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4월부터 당번을 정해 물을 주며 벼 가꾸는 일 외에도 농작물 재배와 관찰일지를 꾸준히 작성해왔다. 1학기에는 전교생이 농작물의 이름이 씌어 진 팻말을 없애고 ‘농작물 이름 알기’와 ‘농작물 그리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김이영 교장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시간과 노력, 식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어 이 같은 행사를 마련하게 됐다”며 “농작물 이름 알기 대회는 특히 저학년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40여 개의 농작물을 모두 알아맞히는 학생들이 많아 오히려 놀랐다. 벼농사 체험은 수확의 기쁨과 먹을 거리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하는 뜻깊은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이어 “창의성은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벼농사 학습과 같은 직접체험으로 생각을 풍부하게 키운 학생들일수록 밑바탕에 잠재된 힘으로 지식을 조화롭게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채희성 천안시친환경생산자연합회 회장은 “시골 학교와 달리 논·밭을 쉽게 볼 수 없는 아파트 밀집 지역의 7개 초등학교를 선정해 후원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추수한마당 행사를 돕고 있는데, 미래 농산물의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 우리 지역의 농산물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과 먹을 거리를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홀태=재래식 벼 탈곡기를 말한다. 지금은 콤바인이라는 탈곡 기계가 일을 대신해주고 있지만 과거에는 홀태를 사용해 탈곡했다. 최근에는 무농약 볏집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홀태를 이용해 성한 볏집을 얻곤 한다.

◆호롱기=벼나 보리 따위에서 낟알을 떨어내는 데 쓰이는 농기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