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감독, 할리우드에 신선한 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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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홍보차 방한 한 리안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두 손 모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감독들이 침체된 할리우드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봉준호·박찬욱·김지운 감독도 할리우드에서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대만 출신의 할리우드 거장 감독 리안(李安·58). ‘와호장룡’(2000·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브로크백 마운틴’(2005·아카데미 감독상), ‘색, 계’(2007·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그가 내년 1월 3일 개봉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 홍보 차 방한했다. 5일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할리우드에 진출한 한국 감독들의 성공을 낙관했다.

 “나는 아시아 출신이기 때문에 서양의 영화 언어에 동양적인 것을 가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할리우드에 있는 한국 감독들도 잘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는 “아시아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법과 사람들을 소통하고 설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D 블록버스터 ‘라이프 오브 파이’에 아시아인 감독이 표현할 수 있는 철학·종교적 가치관을 담아냈다. 영화는 인도 소년 ‘파이’가 동물원의 동물들과 함께 배를 타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다가 바다 한가운데서 폭풍우를 만나 표류한다는 내용이다. 구명보트엔 호랑이와 파이만 남았다. 파이는 호랑이와 함께 생존하는 법을 터득하며 227일간 바다 위에서 온갖 신비한 체험을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얀 마텔)를 원작으로 했다.

 그는 “파이가 환상을 통해 신의 존재를 느끼며 삶에 도전해가는 모습이 우리 존재의 본질이라 생각했다”며 “호랑이와 바다 표류 장면은 3D 덕에 만들 수 있었다. 3D는 새로운 예술을 표현하는 매체”라고 말했다.

 리 감독은 ‘색, 계’의 주연배우 탕웨이(33)를 언급하며 “한국팬들의 사랑 덕분에 탕웨이가 배우로서 제2의 도약을 하고 힘든 시기를 뚫고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양신을 대만의 동쪽해역에서 촬영한 그는 “영혼이 담겨있지 않은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며 “좋은 소재와 이야기만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한국에 달려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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