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결론 빨리 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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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제 안철수 후보의 ‘광주 발언’으로 12월 19일 대선의 최종 대진표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 야권 단일후보의 양강구도로 짜이게 됐다. 3강구도가 될지, 양강구도가 될지 헷갈리던 유권자들의 혼란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동안 안 후보는 “새 정치가 정권교체보다 상위개념”이라고 하는가 하면 ‘본인이 야권후보냐’는 질문엔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라는 식으로 모호한 태도로 일관해 유권자들에게 이른바 ‘단일화 피로감’을 안겨줬다. 그랬던 안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은 붕괴됐으며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문재인 후보와 제가 만나 서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정치혁신에 대해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후보는 기다렸다는 듯이 회동 제안을 받아들여 두 사람은 오늘 단일화 회동을 한다.

 출마선언 50일 가까이 되도록 새 정치의 통쾌한 비전도, 단일화의 선명한 일정도 보여주지 못한 채 지지율 하락세를 맞이한 안철수 후보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1997년 이래 한국 대선판의 공식처럼 등장한 ‘후보단일화 기계’가 바야흐로 2012년 선거에서도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누구로 단일화할 것인지’ 결판내야 한다.

 그동안 후보단일화 논의는 2012 대선의 인물검증, 정책공약, 국가전략, TV토론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모두 삼켜버리는 괴물 같았다.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앞에 세 후보의 대통령 자격을 놓고 벌이는 진지하고 치열한 토론이 어느덧 무의미해지는 느낌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보편적 가치와 철학에 기반하지 않은, 그저 2위와 3위가 힘을 합쳐 1위를 이겨보자는 정치공학에 바탕한 승리주의가 더 이상 대한민국 대선문화를 이끌어선 안 된다. 보수가치의 절대우위 속에 진보가치가 생존하기 위해 후보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걸 인정한다 해도 단일화 문제로 질질 시간을 끄는 건 한국의 정치문화를 후퇴시킬 뿐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공식 후보등록일인 25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신속하게 단일후보를 결정해 선거전을 정상화시켜야 할 것이다.

 후보단일화의 가장 큰 맹점 가운데 하나는 수백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어느 순간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자의 증발을 목격하는 허탈한 상황에 빠지는 것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단일후보 결정에 앞서 어떤 철학과 가치, 정책을 공유할 것인지 국민 앞에 밝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후보는 후보단일화 협상문에 공동정부와 관련, 어떤 원칙과 방식으로 각료를 배분할 것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각료배분 문제는 내부적으로 논의됐으면서 야합으로 비춰질까 우려해 공개하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간 양자대결로 가게 될 대선전에서 유권자는 양대 진영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문·안 후보는 앞으로 전개될 후보단일화 과정의 모든 내용을 숨김없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