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퍼뜨려 차익 원조 수퍼개미 결국 철창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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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손대는 기업마다 시세 차익을 거둬 주식시장에서 ‘원조 수퍼개미’로 유명한 경대현(58) 디웍스글로벌 대표가 지난 1일 법정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김기영)는 경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경씨는 경영난에 빠진 제약회사 대표를 속여 경영권과 주식을 인수한 후 증시에 거짓 소문을 퍼뜨려 수십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상 사기 등)로 지난해 불구속 기소됐다.

 경씨는 2009년 6월 제약회사 S사의 대표 A씨를 만나 주식과 경영권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씨는 강원도 횡성군 자신의 별장에서 A씨와 자신의 추종자 등을 불러놓고 “삼베와 관련한 획기적인 기술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 S사의 자회사가 임상시험 중에 있다”는 등의 풍문을 유포하기도 했다. 이후 경씨는 자신의 의도대로 주가가 오르자 미리 확보한 주식 235만여 주를 팔아 33억여원의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폭락하며 S사의 주식을 샀던 개미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검찰 수사 결과 경씨는 애당초 새 사업을 벌일 투자 자금도 없었다. 삼베 사업으로 연간 수십억원을 벌겠다는 계획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 이유에 대해 “수많은 소액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보게 한 점, 증권거래법 위반죄로 네 차례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증권사 지점장 출신인 경씨는 지난 2004년 자신이 임원으로 있던 서울식품공업의 지분을 10% 넘게 매입해 수십억원대 차익을 올리면서 증권가에서 이름을 날렸다. 당시 4000원대였던 이 회사 주가는 경씨가 손댄 지 석 달 만에 8만원대로 뛰기도 했다. 이후 경씨는 한국슈넬제약과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고 여러 회사를 인수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때 ‘경씨가 산 주식’이라는 소문이 돌면 추종세력이 우르르 따라 샀다”고 전했다. 하지만 경씨는 각종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2006년 9월 서울고법은 경씨에게 “서울식품공업으로부터 주식 단기매매로 얻은 37억원의 차익을 반환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듬해 1월엔 그가 인수한 회사의 자금 84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6개월 뒤 횡령액 반환 결정까지 받았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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