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불사신 이세돌의 백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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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12보(134~140)=백병전은 목숨을 잃는 것도 순간입니다. 살아 남으려면 뒤에서 날아오는 칼날도 막아내야 하지요. 지금 돌이 더욱 촘촘하게 맞붙으면서 사고의 위험성도 극도로 높아지고 있는데요. 우선 134로 치받은 수도 무서운 암기를 감추고 있습니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낀 구리 9단이 손을 멈춤니다. ‘참고도1’ 흑1로 받으면 무슨 수가 있을까요.

 백2 끊고 다시 4, 6으로 두는 강공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흑7까지 필연인데요. 그 다음 8, 10으로 나와 끊게 됩니다. 흑은 11이나 빈삼각으로 즉각 응수해야 하고(A로 먼저 몰 수 없다는 것이 전투의 핵심이며 이 점에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은 12, 14로 위쪽 흑을 압박하게 됩니다. 12는 단순히 A에 둘 수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 수상전은 흑쪽이 더 피곤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구리는 그래서 135로 변화를 시도합니다. 이세돌 9단의 불사신 같은 전투 능력에 지친 기색이 보입니다. 이 판은 ‘4패’라는 희귀한 운명을 맞게 되는데 구리는 이 무렵 그 운명을 예감했을 거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이세돌은 135의 비틀기를 136, 138로 분쇄합니다. 이 수순도 좀 전의 수읽기와 비슷한 맥락인데요. 흑이 ‘참고도2’ 흑1로 끊으면 백도 2, 4로 끊습니다. 이때 흑은 5로 몰 수 없다는 점, 그래서 ‘참고도1’의 수상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말이지요. 결국 140까지가 필연이었다는 길고 난해한 설명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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