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영화‘모정’의 원작자 한수인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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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수인

미국 영화 ‘모정(慕情·1955·위 사진)’의 원작 소설을 쓴 한수인(韓素音)이 3일(현지시간) 말년을 보내던 스위스 로잔의 자택에서 별세했다. 95세.

 그는 1917년 9월 중국 허난(河南)성 신양(信陽)에서 중국인 철도 엔지니어 아버지와 벨기에 귀족가문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저우광후(周光瑚). 필명인 한수인은 ‘중국인이 영국인이 됐다’라는 의미를 가진 ‘한속영(漢屬英)’을 음역한 것이다. 국적이 영국이라는 뜻이다.

 그는 33년 지금의 베이징대학인 옌징(燕京)대학에 입학했다. 35년에 어머니의 나라인 벨기에의 브뤼셀로 건너가 의학을 공부했다.

 52년에는 소설 『모정』을 써 일약 세계 문단의 신데렐라가 됐다. 50년 한국전쟁에서 호주 출신의 종군기자 남편을 잃은 자신의 이야기를 이 책에 그렸다. 이 소설은 55년 제니퍼 존스와 윌리엄 홀든 주연의 영화 ‘모정(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으로 만들어졌다. 중국·유럽계의 혼혈 의사가 영화에서 원작자인 한수인과 같은 이름으로 등장한다. 당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개봉돼 인기를 끌었다.

 혼혈이라서 받은 차별은 한수인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됐고, 이를 통해 그는 중국과 서방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한수인은 여러 차례 결혼했다. 싱가포르와 인도, 스위스에서 주로 살면서 중국을 자주 방문했다. 장례식은 8일 로잔에서 열린다. 다국적인 삶을 살아온 터라 그의 죽음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동시에 기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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