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이근영 금감위원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8일 취임 1주년(9일)을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대투신 협상은 늦어도 일주일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밖에도 상시 퇴출심사의 조기 완료, 워크아웃 기업의 이달중 정리, 2단계 금융규제정비의 조속한 마무리, 은행의 합병 움직임 등에 대해 언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1주년을 맞는 소감은.

▲누군가 `벌써 1년이나 됐냐'는 말을 했지만 나로선 `아직 1년밖에 안됐구나'하는 생각이 앞선다. 취임하자마자 터진 현대, 대우 문제로 유발된 자금경색이라는 살얼음판에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온 것 같다. 그 와중에 동방금고 사건까지 터져 국민들의 질책을 받으면서도 2단계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추진해야할 입장이었다. 지금은 BBB- 등급의 회사채도 거래된다는 말을 들으면 금석지감이 든다.

--현대투신 협상은.

▲날짜는 못박을 수 없지만 협상은 곧 끝날 것이다. 그 시기는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빠를 수도 있다. 늦어도 1주일내에 끝나지 않겠느냐.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구조조정에 따른 어려움은 단기적이고 직접적이지만 그 효과는 장기적이면서도 간접적이다. 2단계 구조조정이 작년 9월부터 시작된만큼 평가가 너무 이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외국의 경제분석가들이 `아시아국가중 한국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호황으로 접어들면 한국이 그 흐름을 가장 먼저 탈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세계 3대 경제인 미국, 일본, EU의 경기침체로 인해 실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수출.투자가 부진한데도 내수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경기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게 문제다.

그러나 경쟁국과 비교해서는 괜찮은 편이다. 지난 1.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일본1.8%, 싱가포르 4.6%, 대만 1.1%였던 반면 한국은 3.7%였고 수출도 일본 -20.1%, 싱가포르 -16.9%, 대만 -16.8%인 반면 한국은 -14.3%로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특히 재정, 통화, 금리, 조세면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여유가 있는 편이다. 복합불황은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기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한국의 경제상황은 기대치만큼 좋아질 것이다.

--올 하반기에 중점을 둘 사항은.

▲최선의 방안은 세계경제가 좋아질때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일이다. 따라서 상시 구조조정의 지속적인 추진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고 경기활성화와 구조조정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제한적 경기활성화와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보완적이기 때문에 병행 추진할 수 있을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7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워크아웃제 조기정리를 언급했는데.

▲워크아웃 기업이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워크아웃 시작 당시와는다른 사정이 생겼을 경우 재검토를 해야되는 것 아니냐. 따라서 8월 기준으로 워크아웃 기업들에 대해 퇴출, 매각, 청산 등 방침을 정해 총정리할 것이다. 이후 다시 정책방향을 정해 처리하겠다.

--은행들에 대해 기업 퇴출심사 점검에 나선 이유는.

▲당초 9월말 퇴출기업을 확정지을 계획이었으나 되도록 빨리 처리하고 은행들의 심사작업을 독려하기 위해 10일부터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퇴출심사를 통해 살릴 기업은 확실히 살리고, 경쟁력없는 기업은 빨리 퇴출시켜야 한다.

--다른 은행들의 합병움직임은.

▲국민.주택 CEO 선정 이후 다른 은행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대형화, 겸업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금융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합병이든, 지주회사든 하드웨어 측면의 개혁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하드웨어 개혁이 소프트웨어 개혁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소프트웨어적 구조조정은 조직.의식구조가 바뀌는 문제인 만큼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은행들의 수익성이 점차 나타나면서 은행간 우열이 심화될 것이다.

하반기중에는 선도 투자은행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제도적 유인장치도 마련할 계획이다.

--2단계 금융규제완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단계가 내부 규제정비였던 반면 2단계는 금감위.금감원, 금융회사, 유관기관,소비자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299개의 규제완화과제가 들어와 이달까지 정리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경영에서는 자율과 창의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시장에서는 공정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경기부양책의 하나로 조세감면이 거론되고 있는데.

▲재정지출을 앞당기는 경기부양책보다 세제는 한계점이 많다. 우선 소득세 감세는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기와의 타임랙이 있을 수 있고 대상이 한정적이어서 효과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소비세 감면은 내수진작 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재정지출을 앞당겨 학교건설, 공기업 투자 등 내수진작책이 선보일 것이다.

--생보사 역마진 문제는.

▲보험사들이 대부분 2분기에 이익을 낸 것으로 들었다. 역마진 문제로 인해 당장 문제될 보험사는 없을 것이다. 시간 여유를 갖고 봐야할 사항이다.

--김상훈 국민은행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수락했나.

▲아직 수락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하지 않겠느냐.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문제는.

▲해외에 상장해 인정을 받으려면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집단소송제 도입, 공시범위 확대 등의 노력을 해왔다.

제프리 존스도 한국의 기업주가가 본질가치보다 낮게 형성된 것은 투명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결국 투명성이 확보되면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가져올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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