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포도나무에 담긴 ‘몬다비’ 열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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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호 23면

한 그루의 빛나는 나무. 서양 포도나무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믿기 힘들겠지만 분명 포도나무의 모습이다. 마치 영화 ‘아바타’ 속 생명의 나무처럼 밝은 빛을 내는.

김혁의 레이블로 마시는 와인 <3> 컨티뉴엄(Continuum)

이 레이블은 키아라 몬다비(Chiara Mondavi)의 작품이다. 나파 와인을 세계적 반열에 올려놓은 주인공 로버트 몬다비의 손녀다. 아버지 팀 몬다비가 1970년 오크빌에 있는 투 칼론 포도밭에 심었던 25년 된 카베르네 프랑 품종이 모델이다. 실제로 이 나무에서 얻은 포도는 ‘컨티뉴엄’ 와인의 초창기 세 개 빈티지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고 한다.

나파에서 태어난 키아라 몬다비는 포도밭에서 언니·오빠들과 함께 자랐다. 나파강에서 수영하고 오래된 오크나무를 기어오르며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대에서 예술을, 오클랜드에서 공예를 전공했고 현재는 그림 활동과 조판 예술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에는 빛이 자주 등장한다. 어린 시절 나파의 포도밭 언덕에서 보던 뜨는 해와 지는 해에 비친 포도나무들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그는 깊은 영감을 얻었다.

로버트 몬다비는 자신이 원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66년 가족 와이너리로부터 독립해 창조적인 노력과 헌신으로 나파 지역을 미국 와인의 성지로 만든 위대한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여행 중 리옹 근처 ‘라 피라미드’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와인의 환상적인 조화를 경험하고 삶의 방향을 와인으로 바꿨다.
그의 위대함은 단지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술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했으며, 나파라는 지역에 대해 커다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이제 그의 정신은 자손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아들 팀 몬다비는 아버지의 모든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로 ‘컨티뉴엄(Continuum)’이라는 와이너리를 2005년 설립했고, 이 단일 포도밭에서 얻어지는 와인으로 최고의 품질을 지향했다. 그리고 딸 키아라는 아버지가 지금까지 심은 가장 의미 있는 포도나무를 골라 어렸을 적 봤던 햇빛에 반사된 포도나무의 모습과 그 주변이 황금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예술적으로 재현해 컨티뉴엄의 레이블로 만들었다. 그녀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포도나무 빛의 초상”이다.

인간은 자신이 죽어가도 영혼은 계승되길 오래 전부터 열망해 왔다. 와인을 만드는 일은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운이 좋으면 한 세대에서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지만 초기에 세워 놓은 위대한 정신이 계승되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를 넘기기는 어렵다.

지하 저장고에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와인이 숙성되고 있다. 아들이 만든 와인을 그곳에 함께 숙성시키면서 계승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필자가 본 많은 가족 와이너리가 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아버지의 와인을 오픈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곧 아버지를 추억함이다. 와인 평론가·포도 플라자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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