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관중들 "박인비 공 물에 빠져라" 야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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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을 수 밖에 없었죠.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박인비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대만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라이즈 챔피언십의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날 페테르센에게 역전패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설명이다. 당시 박인비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청야니(대만)와 함께 챔피언조로 나섰다. 하지만 이날 2타를 잃어 최종합계 16언더파(2위)로 페테르센에게 3타 차 역전패했다.

박인비는 "청야니를 열광적으로 응원했던 대만 갤러리들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를 펼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코스에 불어닥친 강풍이 박인비가 우승을 놓진 패인이라고 분석했지만 더 큰 원인은 다른 데 있었던 것이다. 박인비는 "바람도 영향이 있었지만 그보다 갤러리들이 경기를 방해했다. 샷을 하면 야유를 퍼부엇고 더 심한 말들로 심리를 자극했다. 페테르센도 외국 선수였는데 내게만 야유가 집중됐었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장에 있었던 일본의 사진기자 야마무라 켄은 "박인비가 샷을 하면 '물에나 빠져버려라', '벙커로 꽂혀라' 등 상식에서 벗어난 말들을 큰 소리로 외쳤다"며 "심리적으로 민감한 골프에서 지나치게 무례한 관전 태도였다"고 전했다. 함께 경기했던 청야니가 '미안하다. 대신 사과한다'라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을 정도로 상황은 심했다.

실제로 박인비는 7번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렸다. 또 11번홀에서는 티샷이 벙커로 향했고 14번홀에서는 평소 장기였던 그린 주변 어프로치를 미스해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박인비는 대인배다운 기질을 발휘했다. 그는 "그런 상황 역시 골프 경기의 한 부분"이라며 "갤러리들에게 모든 패인을 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그런 야유 속에서 또 경기를 한다면 스스로 심리 컨트롤을 잘 할 수 있도록 이 부분에 대해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박인비와 청야니는 5일만에 다시 만나 샷 대결을 펼쳤다. 박인비는 2일 일본 시마시 카시코지마의 킨테츠 카시코지마 골프장(파72)에서 막을 올린 LPGA 투어 미즈노 클래식 첫날 청야니와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둘의 리턴 매치는 박인비의 1타 차 판정승으로 끝났다. 박인비는 이날 2언더파를 적어내며 공동 9위로 무난한 출발을 했다. 청야니는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공동 19위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박인비는 "청야니는 여전히 배울게 많은 세계 최고의 선수다. 함께 멋진 승부를 펼친 것 같아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청야니는 "박인비와 경기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 나도 성적이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좋은 경쟁자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미즈노 클래식 2라운드에서는 요시다 유미코, 하토리 마유(이상 일본)과 같은 조에서 경기한다. 청야니는 올 시즌 3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 1위를 달리고 있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양희영(KB금융그룹)과 샷 대결을 펼친다.

J골프가 2일부터 4일까지 미즈노 클래식 전라운드를 오후 6시30분부터 위성 녹화 중계한다.

카시코지마(일본)=오세진 기자 seji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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