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골퍼 카린 이셔 "아가야 엄마를 도와주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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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골퍼 카린 이셔와 그의 가족들. 시계방향으로 프레드 보나젠(카린 이셔의 남편이자 캐디), 카린 이셔, 롤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미즈노 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둔 1일(한국시간). 일본의 킨테츠 카시코지마 골프장(파72) 클럽하우스에는 난데 없이 어린 아이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골프장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우는 아이 목소리에 점심 식사를 하던 골프 선수들의 시선은 순간 한 곳으로 집중됐다. 엄마 카린 이셔(프랑스)는 재빨리 젖병을 찾아 아이에게 달려갔다. 막 잠에서 깨어난 한 살배기 롤라는 혼자만 밥을 먹는 엄마가 미운듯 더 서럽게 울었다.

한 바탕 소동을 치른 듯 했지만 LPGA 투어에서는 이미 익숙한 광경이었다. 이셔가 지난해 8월 엄마가 된 이후로 줄곧 롤라를 데리고 LPGA 투어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롤라는 LPGA 투어의 마스코트가 돼가고 있었다. 이셔는 "자주 울음을 터뜨리는 롤라가 다른 선수들에게 방해가 될 까봐 가끔 마음 졸이기도 하지만 롤라는 이미 LPGA의 한 식구가 됐다. 어쩌다 숙소에 롤라를 두고 골프장에 나오면 선수들이 아이가 보고 싶다고 숙소로 직접 찾아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엄마 골퍼에게 아이는 큰 짐이 될 수 있다. 시즌 내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심리적으로 민감한 골프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경기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롤라는 밤에 잠을 안자 엄마의 경기를 망친 전과(?)가 있다. 이셔는 지난 8월에 열렸던 CN 캐니디언 여자오픈에서 중간합계 5오버파로 컷 탈락했다. 개막 전날부터 잠을 안자고 보채기만 했던 롤라를 다독이는데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서다.

하지만 이셔는 “아이에게 뺏기는 에너지보다 얻는 에너지가 더 크다”며 웃는다. 그는 “롤라가 태어나기 전에는 경기가 잘 안 풀리면 혼자 방에 틀어박혀 속상해 하거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의 방긋 웃는 모습만 봐도 한 순간에 기분이 좋아진다”며 “나의 멘탈 선생님은 다름 아닌 롤라다”라고 말했다.

이셔의 남편이자 캐디인 프레드 보나젠도 아이와 함께 하는 투어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보나젠은 롤라 때문에 투어 생활을 하는 데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골프장에 아이가 등장하면 많은 이들이 모여든다. 아이가 좀처럼 친해지기 어려웠던 선수나 캐디들하고도 금방 친해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준다”며 “아이의 빼어난 외모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계랭킹 1위 청야니는 “항상 즐거운 카린 이셔의 가족을 보면 나도 즐거워 진다. 가족이 함께 투어 생활을 하는 건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03년 투어에 데뷔한 이셔는 2일 개막하는 미즈노 클래식에서 꿈에 그리던 LPGA 투어 생애 첫 승에 도전한다. 엄마 골퍼 이셔가 첫 우승을 향한 첫 단추를 잘 꿸수 있을지는 오늘밤 한 살배기 롤라에게 달렸다.

온라인 중앙일보,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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