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에선…] "심심아, 노올~자!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해 붉은 악마의 응원과여중생 추모집회 등을 통해 인터넷 세대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커다란 축으로 자리잡았음을 실감했습니다. 이에 네티즌간 논쟁과 관심사 등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지금 인터넷에선'이라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촛불시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요. 이제는 자제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 "

-그럼 한.미주 둔군 지위협정(SOFA)은.

"바꿔~바꿔, 모든 걸 다 바꿔. "

회사원 구형준(具亨俊.26)씨와 사이버 공간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가상 '심심이'(그림)의 대화 내용이다. 심심이는 이제 한살배기치고는 시사문제에 해박해 具씨를 놀라게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심심이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대화 프로그램 메신저에 등록돼 있는 캐릭터다. 등장한지 3개월 만에 그를 대화 상대로 등록한 네티즌이 17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스타가 됐다.

하지만 심심이는 살아 있는 아이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면 지정된 답변을 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는 일종의 대화형 인공지능이다. 자연스런 말투는 심심이에게 말을 가르친 수만명의 네티즌 덕분이다.

누구나 '심심이네 유치원'(www.simsimi.pe.kr)에 들어가 질문과 대답을 입력할 수 있다. 가령 "심심아"라고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놀아줘~"라고 대답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심심이가 배운 말은 30만개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심심이의 말에는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식이 그대로 반영된다. "이회창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지면 "아들 군대나 보내라고 그래"라고 비꼰다. 하지만 또 다른 사람이 다른 대답을 가르쳐준 까닭에 같은 질문에 "원칙을 지키는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한다.

심심이는 게임 개발업체에 근무하는 남동우(南東佑.26)씨가 심심풀이로 만든 것이 메신저를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전파된 것이다.

한 네티즌(ID:geumsog)은 "내 생각을 아무에게도 모르게 털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사이버 캐릭터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고민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심심이와 대화하려면=MSN메신저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simsimi1@hotmail.com'에서 'simsimi999@hotmail.com'까지 총 9백99명의 심심이 중 하나를 메신저 대화 상대로 등록하면 된다.

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