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중임제 개헌 대선 이슈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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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987년 헌법체제’를 2013년에 맞게 바꿀 수 있을까. 개헌론은 대략 5년마다 나왔다 들어가곤 했던 불발탄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내각제 개헌론이 논란의 효시 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97년 내각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집권 후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이 나서 2007년, 2010년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역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 개헌론이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부상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일 “최근 박근혜 후보에게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 보고서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 권력구조 뿐 아니라 전반적 정치지형 에 대한 사항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현재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울지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는 개헌이 정략적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 대선 정국에서 개헌 카드를 빼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 공약에 개헌 문제를 제외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캠프 내부에 고민이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공약화 여부만 결론 나지 않았을 뿐 박 후보의 개헌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 지지’라고 볼 수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같은 입장이다. 문 후보는 지난달 27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통령 4년 임기 중임제와 부통령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거 공약으로 이를 제시하고 ▶집권 초기에 권력구조에 관한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한 뒤 ▶헌법의 기본권 조항은 국회에 개헌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논의하는 ‘개헌 로드맵’도 제시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 군사정권의 연장을 막기 위해 만든 대통령 5년 단임제에 대한 수술은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숙제”라며 “ 후보가 던져 놓고, 그 후 바로 추진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문 후보와 달리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개헌에 대해 ‘국민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박 후보와 문 후보 간에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지면 안 후보도 반대할 명분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 있다.

 본지가 지난 7월 19대 국회의원 23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개헌에 찬성한 의원은 202명으로 개헌선(200명 이상)을 웃돌았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헌에 공감한다는 여론조사도 여러 번 나왔다. 유력 대선 주자 두 명의 의견 일치,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국민 지지라는 3대 요소가 갖춰진 셈이다.

 그래서 “2013년은 다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변수는 세 후보의 주도권 경쟁이다. 박 후보는 개헌을 공론화할 때 문·안 후보가 개헌을 단일화 연결고리로 삼을 가능성을 경계할 수 있다. 또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먼저 설정한 개헌 구도에 끌려가게 되는 걸 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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