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보다 오래된 도시 문명 … 6700년 전 유적지 불가리아서 발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고대 그리스 청동기보다 최소 1500년 앞선 선사시대 문명이 불가리아 프로바디아 지역에서 발굴됐다. 기원전 4700~42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소규모 도시에서는 2층짜리 주택과 바위로 쌓은 외침방어용 성벽 등이 발견됐다. 종교 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들과 대문, 보루, 소형 공동묘지도 있었다. 지금까지 유럽에서 발견된 도시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기원전 4700~4200년 전 유적으로 추정되는 2층짜리 주택. [프로바디아 AFP=연합뉴스]

 불가리아 국립고고학연구소의 바실 니콜로프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도시국가)나 로마의 거주지와는 다르지만 이보다 훨씬 오래 전인 기원전 4000년대에 형성된 마을이 발견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1일 전했다. 고고학자 크룸 바크바로프는 “매장된 사람의 자세나 무덤에서 발견된 물품들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학자들은 흑해 휴양지인 바르나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프로바디아에서 2005년부터 발굴작업을 벌여 왔다. 영국 인류학자, 일본 도자기 전문가, 독일 방사성탄소 전문가 등도 동참했다.

 성벽으로 요새화된 이 도시에는 350명가량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소금생산지이자 종교중심지였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주민들은 염분이 많은 샘에서 나오는 물을 끓여 소금을 추출하고 이를 작은 벽돌모양으로 만들어 육류저장용으로 사용하거나 외부에 팔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생필품이면서 값비싼 상품이기도 했던 소금은 화폐처럼 거래됐다. 수레나 바퀴가 아직 없던 시대에 거대한 바위를 쌓아 마을 전체를 둘러싼 높은 장벽을 만든 것은 여기서 생산된 소금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니콜로프는 설명했다. 고고학자 바크바로프는 “남동유럽의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이처럼 거대한 장벽이 발견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소금을 팔아 막강한 경제력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4300년 것으로 추정되는 인근 흑해 바르나의 묘지에서는 황금 등으로 만들어진 3000여 종의 보석류와 종교용품들이 40여 년 전 발견됐다. 농경문화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엄청난 부였다. BBC는 이번 소금생산지 발굴이 이를 설명해주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스니아의 투즐라, 루마니아의 투르다 등에서도 불가리아 프로바디아와 비슷한 소금광산들이 발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