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공기오염 서울보다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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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구가 250만 명인 북한 평양의 공기가 1000만 명이 사는 서울의 공기보다 탁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대기 중 아황산가스 농도는 평양이 서울보다 1.5배 높았고, 먼지도 평양에 더 많이 내려앉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황산가스는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오염물질이다.

 이 같은 내용은 본지가 최근 입수한 유엔환경계획(UNEP)의 ‘북한의 환경·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들어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보고서는 UNEP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소 전문가와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관계자 등이 2010년부터 올 8월까지 작업해 완성했다. 북한의 환경 실태가 외부에 공개된 것은 2003년 첫 UNEP 보고서 이후 9년 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평양의 연평균 아황산가스 농도는 0.009ppm으로 서울의 1990년대 중반 수준이었다. 서울은 천연가스버스 도입 등으로 2000년대에 공기가 맑아져 2008년 아황산가스 농도가 0.006ppm으로 떨어졌다. 평양의 공기가 서울보다 탁한 것은 화력발전소·공장·가정 등에서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황 성분이 다량 배출되는 탓으로 분석됐다.

 석탄 사용으로 평양에서는 먼지도 많이 발생한다. 2008년 ㎡당 면적에 1년간 가라앉는 먼지 양이 200g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는 90년대 초 광주광역시에서 이 방법으로 측정했었는데 평양의 절반인 연간 120g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종춘 대기연구과장은 “북한은 분석장비가 부족해 공기 중 농도 대신 가라앉은 먼지를 측정하는 부정확한 방법을 적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한은 1918~2000년 사이 평균기온이 1.9도 상승했다. 남한은 비슷한 시기(1912~2000년) 1.5도 올라갔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평양에서는 인천시 강화도와 함경남도 원산 남쪽까지가 한계선인 감나무도 자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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