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떠납니다 … 가시방석 버린 양승호 롯데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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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로야구 롯데의 양승호(52·사진) 감독이 결국 옷을 벗었다.

 양 감독은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2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9월 중순 성적이 좋지 않을 때부터 사퇴를 고심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차기 감독이 꼭 우승 숙원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 구단은 이날 오후 “양 감독이 지난 24일 장병수 대표이사와 면담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면서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사퇴 의사를 수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10년 11월 롯데의 14대 감독으로 부임한 양 감독은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양 감독은 지난 22일 SK와의 플레이오프(PO) 5차전 패배로 KS 진출에 실패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경기 직후 “KS에 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라는 말로 사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튿날 양 감독은 배재후 단장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양 감독의 사퇴는 2년 연속 KS 진출 실패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양 감독은 취임 당시 “롯데가 나를 부른 건 우승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년 연속 PO에서 고배를 마시자 양 감독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졌다. 롯데 구단은 “양 감독은 2010년 계약 당시 두 시즌 이내에 팀을 KS에 반드시 진출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말로 사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롯데 팬들의 반응은 “당황스럽다”와 “아쉽다”가 주를 이뤘다. 팬들은 양 감독이 KS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이대호(30·오릭스)와 장원준(27·경찰야구단) 등 핵심 선수가 빠져나간 가운데 선전했고, 포스트시즌을 통해 롯데가 단기전에 강해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지도력에도 좋은 점수를 줬다.

 롯데는 곧바로 새 감독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정태(43) 롯데 타격코치를 비롯해 조범현(52) 전 KIA 감독과 김시진(54) 전 넥센 감독 등 재야의 명장들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달 8일부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서는 권두조(61) 수석코치가 팀을 이끌 예정이다. 배 단장은 “아시아시리즈 전까지 차기 감독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제부터 신임 감독을 물색할 예정이다 ”고 밝혔다.

유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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