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아이의 몸을 둔감하게 키워야 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민감한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감한 아이는 외부의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응은 자극에 비례한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너무나 많은 자극요소를 가지고 있다. 시각, 촉각, 미각, 청각 등 신체의 오감을 자극하는 강력한 원료들이 항상 우리의 주의를 떠돈다. 따라서 이런 많은 자극들이 예민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자극하면 신체 에너지는 감소하고 정서는 불안정해지며 덩달아 우리 몸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나 혈당시스템까지도 불안해진다.

그래서 민감한 아이는 항상 저에너지와 신경과민을 달고 산다. 소아비만 아동을 치료하다 보면 의외로 민감한 아이들이 많다. 정상체중의 아동들보다 그 빈도가 훨씬 높다. 소아비만을 가진 아동들에서 민감한 아이들의 비율이 높은 것은 민감한 아이들이 소아비만 아동으로 전환되는 빈도가 높거나, 소아비만에 걸리게 되면 민감하게 되는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한데 오랜 임상경험상 두 가지 가설은 모두 사실이다.

민감한 아이들의 특질은 다음과 같다.

하나, 쉽게 지치는 아이
둘, 쉽게 짜증내는 아이
셋, 타인의 간섭이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아이
넷, 엄마와 자주 다투는 아이
다섯, 쉽게 울거나 포기하는 아이
여섯, 쉽게 감기나 복통 등의 잔치레 질환에 걸리는 아이

왜 민감한 아이들은 위의 특질을 가지게 되는가?

아이들의 민감성이야말로 아이들의 성장에너지를 갉아먹는 중요한 특질이기 때문이다. 성장에너지의 저하는 자존감의 저하에서 비롯된다. 민감한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과 마음의 민감성이 극도로 발현되어 신체증상과 정신증상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가슴 떨림, 불면증,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 다양한 몸맘 증상 등이 나타나고 증상발현의 원인을 모르는 아이들은 이 증상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엄마의 근심까지 끼어든다. 그러다 보면 이러한 몸맘 증상은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기능적 질환으로 전환되거나 걱정을 덜기 위한 중독증세로 보상된다. 중독증세의 대표적인 것들이 게임, 인터넷, 음식, 술, 담배 등이다.

민감한 아이들이 게임이나 인스턴트음식등에 빠져드는 이유이다. 몸맘 증상과 중독경향은 아이의 증세대응력을 약화시킨다. 약화된 증세대응력은 조그만 자극에도 몸과 마음을 지치게 만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이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약화된 아이의 자존감은 조그마한 자극에도 아이를 예민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민감성과 자존감 저하의 악순환의 고리 완성인 셈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라.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낮아진 성장에너지를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라. 아이의 자존감 향상은 아이의 기대수준과 아이 외부의 기대수준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 엄마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칭찬과 비교의 기술이다.

둔감화 훈련을 하라. 우리 엄마들이 아이를 민감하게 만드는 가장 큰 기제가 과잉보호라면 아이를 둔감하게 만드는 엄마의 기술은 잡초훈련이다. 잡초훈련이란 아이를 온실 속의 화초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강한 햇볕과 비바람속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강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잡초훈련의 핵심원리는 아이를 다양한 삶의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몸과 맘의 변화, 그리고 인식의 재구성을 아이 스스로 즐기게 만드는 것이다.

잡초훈련의 방법은?

하나, 낯선 곳에 아이와 함께 자주 가라.
둘, 낯선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경험을 주어라. 그들과 대화하며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만들어라
셋, 새로운 음식을 자주 접하라. 여행지에서는 해당 나라의 음식으로 먹어라
넷, 아이에게 사회생활을 가르쳐라. 가게나 상점에서 아이가 주문하고 직접 계산하게 해보라

아이의 민감성은 학습되며 모방되고 주입된다. 그러나 아이의 민감성이야말로 올바른 교육과 방향제시에 의해 교정될 수 있는 아이의 유연한 특질중의 하나임을 명심하라. 아이를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소아비만, 우울증, 왕따, 외톨이, 학습동기 결여 등의 수많은 아이위험요소가 있는 현대사회를 아이 주도적으로 이겨나갈 수 있게 만드는 밑거름을 까는 것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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