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한 달 만에 쇄신안 … 박근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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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이 “선동적 구호라 해도 무소속 후보의 주장에 동조하는 상당수 유권자가 있는 한 새누리당은 국민의 변화 욕구를 수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29일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자청해서다.

 그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기존 정치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출마 명분으로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한 뒤 “저희 쇄신위도 당과 박근혜 후보께 강력한 정치쇄신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박 후보에게 25일 건의를 드렸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정치쇄신이라는 건 국민 뜻을 받들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도입하고 결국 구조적으로 소수 실세의 기득권 포기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고 했다.

 안 위원장은 박 후보에게 건의한 정치쇄신안의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25일’이란 보고 날짜를 언급한 건 박 후보의 쇄신안 수용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쳤다. 그가 쇄신안 관련 회견을 한 건 측근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제 도입(9월 12일)과 국무총리의 각료제청권을 보장하는 공약 발표(9월 27일)에 이어 한 달여 만이다. 그사이 그는 한광옥 국민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영입에 반대하거나 정수장학회 정리를 건의하는 등 박 후보에겐 껄끄러운 행보를 해왔다. 당 안팎에서 “안대희의 정치쇄신이 좌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을 불러모아 박 후보에게 쇄신안 수용을 공개 요구한 셈이다.

 실제 안 위원장의 쇄신안에는 중앙당 공천 폐지와 같은 중앙당 축소와 국회 중심의 정치(원내정당화) 등 기득권 포기안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아니더라도 ‘비례대표 확대’도 포함됐다고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확대와 같은 실질적 인사검증도 대통령 권한을 대폭 견제하는 ‘민주적 국정운영 방안’의 하나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특위위원은 "안 위원장을 포함해 전체 위원들이 지난 23일 5시간여에 걸친 토론 끝에 정당 및 국회, 선거제도와 민주적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쇄신안을 확정했다”며 “그런데 1주일 동안 답이 없자 위원장이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먼저 논의를 끝내고 박 후보와의 조율이 늦어져 문재인(민주통합당), 안철수(무소속) 후보에게 타이밍을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를 두고 안 위원장과 박 후보의 캠프 측근 사이의 힘겨루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캠프 일각에선 “야권 후보들이 단일화를 목적으로 정치쇄신을 말하는데 우리까지 장단을 맞출 필요가 있느냐”며 쇄신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후보가 선택하고 결심할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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