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길거리 브랜드’ 입점 오디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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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신세계백화점이 ‘협력회사 입점 박람회’를 30일까지 연다. 29일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심사위원(오른쪽)이 백화점에 입점시킬 신규 브랜드 후보를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서울 홍대 앞에서 여성 캐주얼 의류를 판매하는 ‘파츠파츠’. 2년 전 장사를 시작하고 홍대 앞을 떠나본 적이 없다. 이 매장 하나로 한 해 7억원 매출을 올린다. 백화점 내 웬만한 영캐주얼 매장과 맞먹는다. 스판덱스 같은 기능성 소재를 일상복에 적용해 간결하게 만든 옷이 인기를 끈 덕분이다.

 파츠파츠는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충무로 본점 문화홀에서 29, 30일 이틀간 여는 ‘입점 오디션’에 참여한다. 오디션에서는 파츠파츠 같은 거리 브랜드 26개가 각각 부스를 차리고 패션 관련 대학교수, 잡지 편집장 같은 전문가 17명에게 심사를 받는다. 심사를 통과하면 백화점에 매장을 얻을 수 있다. 신세계는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고 브랜드를 뽑기로 했다.

 백화점들이 거리로 나섰다. 인기 거리 패션매장을 백화점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은 올 6~7월 ‘제 1회 패션브랜드 공모전’을 열어 참여 112개 브랜드 중 5개를 뽑았다. 홍대·가로수길 같은 곳에서 알려진 브랜드들이다. 이 중 온라인 판매만 하던 액세서리 ‘무슈(Mouche)’는 이달 재개장한 서울 소공동 영플라자에 들어갔다. 나머지 4개는 내년 2월 봄개편 때 본점·잠실점 등 주요 점포에 입점한다.

 ‘거리 모집’은 신통찮은 의류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백화점이 마련한 타개책이다. 신세계는 올해 들어 여성의류 매출 신장률이 2%에 그쳤다. 지난해(10.4%)의 5분의 1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정장의류는 더 안 팔린다. 여성정장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8% 줄었다. 신세계 정건희 패션연구소장은 “패션 장르는 유난히 경기에 민감하다”며 “새로운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의 신진 브랜드를 찾아야만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길거리 브랜드에 공간을 더 많이 내어줄 태세다. 지난달 ‘제 1회 신진 디자이너 공모전’을 열어 50개 브랜드를 발굴한 현대백화점은 이 행사를 매년 열기로 했다. 롯데·신세계 또한 신진 브랜드의 입점 공모전을 정례화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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