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파티]랩으로 돌아온 '샴푸의 요정' 김진표 3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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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참기 힘든 더위가 온 몸의 힘을 빼놓습니다. 자연스럽게 집어 든 CD는 김진표의 새 앨범 'JP3'. 짧은 스크래치 인트로에 이어 등장한 귀에 익은 멜로디는 펑키 그루브가 매력적인 빛과 소금의 80년대 히트곡 '샴푸의 요정'입니다.

여기에 김진표의 세련된 랩이 더해지자 특유의 흥겨움은 배가되고, 절로 몸을 들썩이는 가운데 여름의 짜증도 날아가 버립니다.

김진표 'JP 3'

이적과의 듀오 '패닉', 하드코어 그룹 '노바소닉'의 보컬과 두 장의 솔로 앨범을 통해 한글 랩의 신천지를 개척한 김진표의 새 음반. 'JP3'에서 김진표의 랩은 힙합이나 하드코어의 구성요소, 혹은 단어의 나열을 통해 노래의 흥을 돋구는 부속물이 아니다.

그의 노래는 힙합과 록은 물론 경쾌한 디스코나 아름다운 발라드와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적 체험을 제공한다. 멜로디를 담아낼 수 없는 랩의 빈자리를 다채로운 리듬과 변화무쌍한 스타일로 메우며 '랩'을 주인공으로 한 풍성한 사운드가 펼쳐진다.

깊이를 더한 음악성도 팬들에겐 기쁨. 특유의 라임은 한결 편안해졌고, 일상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메시지는 때론 부드럽게 때론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다.

타이틀 곡 '샴푸의 요정'은 80년대 그룹 '빛과 소금'의 히트곡을 새롭게 부른 노래. 김진표와 더불어 솔리드의 전멤버인 김조한과 이준이 각각 보컬과 랩을 맡아 윤택함을 더했다.

지뉴션, 디바의 지니 등이 함께 부른 '인터뷰 1'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연주곡 '거리의 악사들'을 샘플링한 곡. 어린 시절 꿈을 떠올리며 즐겁게 세상을 살자고 노래한다. 이어 등장하는 '인터뷰 2'는 대조적인 분위기와 뒤틀린 가요계를 비난하는 조PD의 공격적인 랩이 인상적이다.

김광민의 '가난한 자의 죽음'은 발라드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재탄생했다. 랩, 재즈 등이 맛깔스럽게 어우러진 '믿을진 모르겠지만…'은 새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곡. 오랜 동료인 이적과 함께 다시 한 번 튀는 감각을 선보인다.

17곡의 수록곡 중엔 패닉 2집의 '마마' '벌레'도 새롭게 연주해서 담았다.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고 격려해온 팬들을 위한 특별한 배려다.

CD의 말미에는 TV연예프로를 적나라한 욕과 함께 비난한 '좆같은 TV연예'가 히든트랙으로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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