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게 뭐야 … 싱거운 K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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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싱겁잖아!”

 한국프로야구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KS)를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반응이다. 삼성이 확연한 우세를 점하며 KS 자체가 한쪽으로 확 기울어서다. 삼성이 2연승을 달리자 ‘예년보다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당초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경기 양상 때문이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삼성의 우승이 쉽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SK를 상대로 4승1패로 우승하긴 했지만 두 팀은 매 경기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더구나 SK는 지난해와 달리 플레이오프만 치러 선발진의 피로도가 적었고, 타선의 전력 공백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삼성에 SK가 맥을 못 추는 모양새다. 삼성 마운드가 워낙 세다. 삼성은 1차전과 2차전 4실점을 했는데 자책점은 1점에 불과하다. 팀 평균자책점은 0.50으로 2005년 삼성이 두산을 상대로 기록한 역대 한국시리즈 최저 팀평균자책점인 1.15보다 현저히 낮다. 현재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1경기에 1점도 못 뽑는다는 의미다.

 올 시즌 11승을 거둔 고든이 한국시리즈 삼성 선발진에 들지 못했다는 사실은 삼성 마운드의 위력을 짐작하게 한다. 불펜진은 더 강력하다. 안지만과 정현욱 등은 삼성이 아닌 다른 팀이라면 마무리로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그러나 한국 최고 마무리인 오승환에게 밀려 불펜으로 뛰고 있다. SK로서는 7회부터 3이닝 동안 안타를 뽑기도 힘겨운 정상급 마무리 3명을 차례로 상대해야 하는 셈이다.

 삼성이 선취점을 얻는 순간 승패가 결정된다고 보는 이유다. 미리 승패를 알 수 있으니 경기 자체가 싱거울 수밖에 없다. 1차전은 1회 말 이승엽이 때려낸 선제 2점 홈런이 결승타다. 2차전에서도 3회 말 나온 배영섭의 선제 2타점 2루타가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어서 나온 최형우의 만루홈런은 정해진 승리를 자축하는 데 불과했다. 이후 6이닝은 삼성 승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팬들은 한 경기의 3분의 2가량을 별다른 긴장감이나 박진감 없이 지켜봐야 했다.

 상대적으로 SK가 힘 한번 못 쓰고 있는 것은 중심타선의 부진 탓이다. SK 중심타선은 1차전에서 안타 1개를 때려내고, 2차전에서도 2안타에 그쳤다. SK 톱타자 정근우가 타율 5할7푼1리(7타수 4안타)로 활약하고 있지만 중심타선이 뒤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최정은 타율 1할2푼5리로, 이호준은 타율 2할5푼으로 처져 있다. 특히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3할5푼6리 9홈런·33타점을 기록하며 ‘가을 사나이’로 불리는 박정권은 아직 안타가 없다. 2홈런·7타점으로 공격을 주도한 삼성 중심타선과 확연히 비교된다.

 삼성은 투타의 압도적인 전력우위에 퍼펙트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4승무패로 우승한 적은 모두 여섯 차례다. 해태(현 KIA)가 1987년과 91년에, LG가 90년과 94년에 무패 우승했다. 2005년에는 삼성이, 2010년에는 SK가 각각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3차전을 이기면 빨리 끝날 것이다. (5차전이 열리는) 잠실에 꼭 갈 필요가 있나”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SK는 2패 뒤 4연승으로 우승한 2007년 한국시리즈를 떠올리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 김광현이 컨디션 난조로 3차전에서 4차전으로 등판 일정이 미뤄지는 등 반전 계기 마련이 쉽지 않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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