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어린이·청소년] 『가슴으로 크는 아이』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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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동화 속에서 주인공은 대개 어린이다. 아빠와 엄마,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린이를 위한 조연이 되기 일쑤다. 그런데 단편동화 ‘엄마의 하루’는 다르다. 갑자기 모든 일이 귀찮고 쓸데없다는 생각이 든 엄마가 무작정 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달려가 가을 곡식이 무르익은 들판을 바라보는 엄마의 쓸쓸함을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그렸다.

 고정욱 작가가 쓴 동화 『가슴으로 크는 아이』(자유로운 상상, 144쪽, 1만2000원)에 실린 동화 14편 중 하나다. ‘아빠의 수학여행’도 독특하다. 기차 안에서 대학생 무리와 한 할아버지 사이에 벌어진 사소한 오해를 사실적으로 그렸다. 고정욱 작가는 동화를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모아왔다고 한다. 고정된 틀을 벗어나 주인공 시점이 다양해진 만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더 풍요로워졌다. 과장 없이 생활 풍경을 담아낸 이야기와 잔잔한 그림이 어른들에게도 여운을 남긴다.

동물원은 어린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공간이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신나게 뛰어 놀지만, 동물들은 우리에 갇힌 채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채인선 작가가 쓴 『더 놀고 싶은데』(채인선 지음, 황보순희 그림, 한울림어린이, 40쪽, 1만2000원)에선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 아이들과 뛰어 놀고 싶어하던 호랑이가 답답한 우리에서 나와 하루를 보낸다. 아이들은 호랑이 아저씨를 반기며 손도 만져보고, 꼬리도 들어본다.

 아이들은 왜 겁내지 않았을까. 동물원에는 곰이나 호랑이 탈을 뒤집어쓰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 말미엔 코믹한 반전도 있다. 우리 밖으로 나온 호랑이 이야기를 실제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오싹하다. 하지만 현실의 경계를 넘어 상상과 뒤섞인 이야기는 유쾌하게 다가온다. 사실적이면서도 독특한 색감으로 호랑이와 동물원 공간을 그려낸 그림도 흡인력 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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