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의 부진은 독특한 타격 자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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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국내 프로야구를 다시 일으키게 하는데 꼭 필요했던 한 명의 스타였다.

사실 쓸만한 재목들은 모두 미국이나 일본으로 떠난 한국 야구에 대한 씁쓸한 면모 역시 없지 않았다. 그런 우리 야구판에 메이저 급 선수로서 평가 받을만한 기록을 냈다.

더욱이 이 승엽이 홈런 신기록을 달성할 때는 묘하게도 메이저리그에서 마크 맥과이어와 세미 소사의 홈런 경쟁이 가일층 재미를 더해갈 때 여서 국내 팬들 역시 이 승엽의 홈런 수가 늘어가는 것을 나름으로 자위하곤 했었다.

이승엽 선수를 부를 때 통상 "국민타자"라 부른다. 옛날 보다 야구가 많은 발전을 했다. 특히 이론관 실제 면에서, 그리고 각 포지션별로 우투좌타, 우투우타, 좌투좌타, 좌투우타 등에 따른 그리고 타격자세의 유형과 수비 포메이션 등 엄청나게 세분화된 평가기준과 안목들을 갖추게 되었다.

이렇게 발전된 안목들에도 불구하고 이승엽 선수에 대한 얘기는 온통 좋은 방향이다. 그것은 헌법재판소도 없는 헌법과 같은 저 건너에 있는 양 해왔다.

오늘은 바로 그 이승엽선수의 타격폼에 대한 얘기에 앞서 그의 신체적 조건을 간단히 살펴보자. 언젠가 한국스포츠과학연구소측의 검증결과에 따르면 이승엽이 남다른 체격, 체력을 가진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악력의 경우 보통 남자가 48-52kg가 나왔는데, 이승엽선수가 54(6)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구선수들 중에 악력이 센 선수들의 경우 60에서 70이 넘는 선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밖의 측정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건에서 이승엽 선수의 기록은 대단히 높이 평가해주어야 한다. 남보다 뛰어난 조건이 아님에도 더 나은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노력과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기 때문이다.

이승엽선수는 타격자세가 특이하다. 특히 히프가 투수쪽을 향하고 있다가 임팩트하는 순간에는 주심이 있는 센터박스쪽에서 방향을 잡는다.

더욱 특이한 것은 리듬체조선수도 취하기 힘든 자세라는 점이다. 이승엽선수는 눈과 히프가 동시에 투수를 향하고 있다. 비록 타격자세 자체가 단 몇분의 1초 안에 이뤄지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쉽게 말해 가장 많이 태엽을 감았다 푸는 형태이다. 이것은 보통의 체조선수도 쉽지 않은 허리비틀기 일 것이다.

이렇게 극심하게 허리를 비트는 자세를 반복해서(아마도 수만번이 넘었을 것이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멀쩡하게 허리를 사용한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이다.

어쨌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이승엽선수가 20대 후반이 될수록 다른 선수에 비해 기록변화가 두드러진다면, 그것은 허리의 유연성이 나이와 함께 감퇴하는데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이 승엽 선수는 홈런타자에서 장거리타자나 교타자로 변신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덧붙여 말한다면, 장거리타자들 대부분 허리를 받쳐놓고 치는 스타일이지 이승엽선수처럼 감았다 풀어서 탄력과 지지력이라는 상반된 변수를 종합하지는 않는다. 소위 장거리 타자의 전형이라는 장종훈이나 송지만은 빅맥이나 세미소사, 제프 배그웰과 같이 하체와 허리의 이동을 절제하고(이승엽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윙속도와 임팩트에 의지하는 편이다.

여기서 교훈을 얻는다면, 이승엽은 스윙 임팩트에 있어 한국최고수준일 것이다. 그의 팔로우스로우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배트 스피드는 문제가 있다.

이승엽 선수는 좀더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스트레칭 시간을 늘리고, 배트 스피드를 높인다면 앞으로 2-3년은 장타자로서 생명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으로는 장종훈이나 미국선수들처럼 40대에도 뛸 수 있으려면 유연성을 가지고 하는 스타일은 곤란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 이 글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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