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후진타오, 당·군 요직 ‘알박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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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들이 당과 군의 핵심 요직에 내정됐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처럼 퇴임 후에도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 주석은 다음 달 8일과 내년 3월에 각각 열릴 18차 당대회와 전인대(全人大·국회 격)를 통해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직을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게 넘기고 퇴임할 예정이다.

 24일 베이징(北京) 정보소식통과 홍콩의 명보(明報)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공산당 중앙조직부장과 중앙선전부장에 자오러지(趙樂際·55) 산시(陝西)성 당서기와 류치바오(劉奇<8446>·59) 쓰촨(四川)성 당서기가 각각 내정됐다. 조직부장은 인사를, 선전부장은 공산당 이론과 모든 언론매체를 총괄하기 때문에 공산당 양대 요직으로 통한다. 자오 서기는 1975년부터 2007년까지 32년 동안 서부의 대표적 낙후지역인 칭하이(靑海)성에서 근무하며 70년대와 80년대 간쑤(甘肅)성에서 근무한 후 주석과 친분을 쌓았다. 류 서기는 후 주석이 이끄는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중앙서기처 요직을 거친 간부들의 정치세력)의 핵심 인물인 데다 고향도 후 주석과 같은 안후이(安徽)성이다.

 후 주석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군부에도 그의 측근들이 부상했다. 그의 대표적 군부 측근인 팡펑후이(房峰輝·61) 베이징 군구사령(사령관)은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으로 발탁됐다. 후 주석은 2007년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직접 팡을 발탁했는데 당시 팡의 나이는 57세로 중국군의 7대 군구사령 중 가장 젊었다. 수도 방어를 책임지는 베이징 군구사령이 곧바로 중앙군사위원이 되는 총참모장에 기용된 것은 팡이 처음이다. 공군 총사령으로 내정된 마샤오톈(馬曉天·63) 부총참모장은 부친이 군 장성을 지내 태자당(太子黨·공산혁명 원로나 고위 간부 자녀 출신 정치세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후 주석이 2000년대 초반 중국군의 선진화를 이끌 대표적 인물로 공군 출신인 그를 지목하면서 후 주석 측근으로 부각된 인물이다. 실제로 그는 육·해·공으로 제한된 중국 영토의 개념을 우주와 인터넷 영토로 확장하면서 중국군의 우주무기와 정보화 전력 강화를 주도했다.

 이들 군 인사는 당대회가 끝난 뒤 내정된 직책에 임명되며 동시에 인민해방군의 통수권을 가진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12명)으로 활동하게 된다. 둥젠화(董建華) 전 홍콩행정장관은 최근 “당대회를 앞두고 후 주석 측근들이 요직을 맡게 될 것이며 특히 군의 경우 후 주석이 퇴임 후에도 군사위 주석을 맡아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퇴임 후에도 2년 동안 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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