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감식.서예대가'로 만난다

중앙일보

입력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1864~1953) . 구한말의 개화사상가이자 언론인이었던 위창은 일제하에선 3.1 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2년여 동안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에 이르러 가장 높게 평가받는 것은 서예가.전각가.서화감식가.금석학자로서의 업적이다.

서예가로서 위창은 전서의 대가로 꼽힌다. 갑골문에서 제사용 종과 솥.도장.기와.벽돌.돈에 새겨진 글씨에 이르기까지 전서의 모든 분야를 고루 소화해낸 것으로 독보적인 솜씨를 자랑한다.

아버지인 금석고증학자 역매(亦梅) 오경석(吳慶錫) 이 역관으로 중국을 13차례나 다니면서 수집해 온 비문.서화 수백종을 이어받아 연구를 계속한 결과다.

그는 특히 글씨의 윤곽을 투명한 종이에 베끼고 여기에 먹을 채워넣는 쌍구가묵(雙鉤加墨) 을 평생토록 수련해 '고전을 불러내는 데는 위창만한 사람이 없다' 는 평을 들었다.

위창은 이같은 서예실력과 탑본.고증을 통한 금석학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전서 글씨를 새기는 전각분야에서 특히 독보적인 경지를 이뤄냈다.

서화를 감식하는 안목도 당대 최고였다. 오늘날 민족문화의 보물창고가 된 간송미술관의 소장품들이 간송 전형필의 재력과 위창의 눈.손이 합쳐져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신라 솔거 이후 서화가 1백1백17명의 자료를 집대성해 펴낸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 ' 은 우리 서화사 연구의 바이블로 평가받는다. 위창이 '한국 미술사 연구의 아버지' 로 꼽히게 된 까닭이다.

서화나 고서에 날인된 도장을 모은 '근역인수(槿域印藪) ' 역시 대표적인 인보(도장) 연구서로 꼽힌다.

또한 유족이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위창문고는 사학.경학.보학.자학 등을 비롯해 금석탁본.서화사 연구자료.인보 등 3천여 책으로 이뤄져 위창의 학문 깊이를 짐작케 한다.

위창의 학문.예술 세계를 조망해보는 '위창 오세창의 전각과 서화감식.컬렉션 세계' 전이 27일~8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

위창이 '8월의 문화인물' 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예술의전당과 국립중앙도서관이 주최한다.

전시는▶금석문.서화감식과 연구▶위창 컬렉션▶전각▶역매.위창의 서화와 교유관계 작품▶화보로 보는 위창의 생애 등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다.

위창이 직접 새긴 도장 1백여과를 포함, 유족측의 기증 이후 최초로 일괄 공개되는 국립중앙도서관 위창문고와 유족.박물관.소장품 등 4백여점을 전시한다.

특히 다양한 도장 재료와 그에 따른 형태와 구성.응용 등을 소주제별로 보여주는 전각 분야가 눈길을 끈다. 묵죽도 3점과 난초 1점 등 위창의 그림도 나온다.

매주 금요일 오후 2~5시 미술관 영사실에서는 정옥자 서울대 규장각 관장,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 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장 등이 '조선후기 중인의 시사활동' '근역서화징과 위창의 서화사 연구' '개화파의 개화사상과 독립운동'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입장료 어른 3천원, 학생 2천원. 02-580-1511.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