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로 채워진 프랑스 박스오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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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럽은 '슈렉'이 거의 모든 나라의 박스오피스를 평정했다. 프랑스는 이번주에 70만 이상을 동원해 개봉 2주동안 1백6십만명을 동원했고, 개봉 3주째인 영국도 1천4백만 파운드 이상을 벌어들이고 박스오피스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 지난주에 개봉한 '에볼루션'에 1위 자리는 내줬주긴 했지만 지난 3주동안 내내 1위를 지켰었다. 프랑스에서는 극장당 관객 평균도 1106명으로 2위인 '라라 크로프트: 툼 레이더'의 510명에 2배가 넘는 수치로 명실상부한 1위임을 확인했다.

그외 이번주 프랑스 박스오피스는 장-삐에르 쥬네의 '아멜리 뿔랭(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을 제외하고는 '라라 크로포트'나 '너무나 완벽한 결혼(Un mariage trop parfait)'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제니퍼 로페즈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웨딩 플래너', 실베스타 스탤론의 '드리븐', '진주만' 등 허리우드 영화로 나머지 자리를 채워 허리우드의 여름 공습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앞으로도 '스파이 키드'와 '에볼루션', '무서운 영화2'등이 일주일씩 차이로 개봉할 예정이라 여름 프랑스 극장가는, 최근까지 보여줬던 프랑스 영화의 강세와는 달리, 완전히 허리우드 영화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현재 개봉하고 있는 영화중 눈에 띄는 프랑스 영화로는 4주째 간판을 올리고 있는 여름휴가 소재의 '리베르떼-올레옹(Liberte-Oleron)'이 있다. 비록 이때까지 25만명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둬, 대중성으로는 지난 4월에 개봉해 백만을 넘겼던 비슷한 소재의 '8월 15일(15 AOUT)'과 비교도 안되겠지만, 작품성으로는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올레옹 섬으로 휴가를 떠난 자끄 가족이 낡은 요트를 산 다음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코미디로 그린 영화로 몇 주간이나 여름 휴가를 즐기는 프랑스 문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제목인 '리베르떼-올레옹'은 이들 가족이 요트에 붙인 이름. 감독을 맡은 브뤼노 뽀달리드(Bruno Podalydes)와 주연을 맡은 데니 뽀달리드(Denis Podalydes)는 형제로 92년에 45분짜리 베르사이 리브-고쉬(Versailles Rive-Gauche)로 그해 세자르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아 이미 실력을 검증받았고, 99년 '신만이 나를 이해할거야(Dieu seul me voit)'로 세자르상 신인감독상을 받고 장편영화에 데뷰했다. '리베르떼-올레옹'은 이들 형제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인셈이다.

99년 '로제타'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장-삐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형제와 비교되거나 프랑스의 코엔 형제로 비유되지만 다르덴 형제보다는 영화의 사회성이나 현실참여도가 약하고 코엔 형제같은 무게감은 없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소시민의 일상('신만이 나를 이해할거야')이나 사치품(요트)를 산 쁘띠-부르조아의 혼란('리베르떼-올레옹')이라는 단순해보이지만 평범치않은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들 형제의 "해학적 대사는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렉스프레스의 평은 눈여겨 볼만하다.

'리베리떼-올레옹'의 시나리오는 이미 10년 전에 완성했으나 데니 뽀달리드(올해 34세)가 아이 4명의 아버지 역할의 주연을 연기할 수 있을때까지 기다자고 감독인 형에게 사정했고, 당시 미셀 삐꼴리나 끌로드 브라세르를 주인공으로 생각했던 브뤼노 뽀달리드가 이를 받아들여 10년 뒤인 올해에 제작될 수 있었다. 감독인 브뤼노 뽀달리드도 이 영화에서 요트 판매상으로 영화에 출연해 주인공과의 작은 대립을 형성한다. '레베르떼-오레옹(Liberte-Oleron)' 프랑스 6/20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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