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먹고 300원 기부하는 TFT, 아프리카 아이들 한 끼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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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지현

입맛이 없거나 다이어트 중인데 식당 밥의 양이 너무 많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때 “양을 줄여 드시면 아낀 돈을 아프리카에 기부하겠습니다”라고 나서는 식당이 있다면 어떨까. 비영리기업 테이블포투(Table For Two·TFT)는 이런 발상에서 시작됐다. 선진국 사람들이 조금 덜 먹고 보낸 돈으로 아프리카 아이들의 한 끼를 해결한다는 개념이다. 2007년 일본에서 시작돼 8개 나라로 퍼진 이 운동이 한국에도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TFT코리아를 연 이지현(44) 대표를 23일 만났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딸이기도 한 이 대표는 이력이 화려하다. SBS 8시 주말뉴스 앵커, 최초의 청와대 외신대변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을 거쳐 2007년 아리랑 TV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그러다 잠시 일을 떠났다. “한국의 언론, 정치 환경이 다소 갑갑하게 느껴졌어요. 좀 더 글로벌하고 저다운 일을 하고 싶었지요. 그러다 세계 리더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교육하는 일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35개국 70명의 리더를 모아 개최한 ‘공공 분야 지도자 포럼’이나 2010년 이후 네 차례 연 ‘한·중·일 젊은 리더의 모임’이 그 일환이다. TFT코리아 역시 이렇게 만난 친구들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됐다.

 TFT코리아가 받는 기부금은 1인당 300원이다. 적게 먹고 기부하겠다는 손님이 있으면 제휴를 맺은 식당·커피숍이 300원을 TFT코리아에 보낸다. 이미 통신설비업체 쏠리드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연구재단이 구내식당을 통해 기부하겠다고 나섰고, 신한은행도 이동점포 통장 개설고객을 통해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물품 기부도 시작했다. 원두커피유통업체 EMI가 이달 초 휴대용 액상커피 를 출시하며 “한 상자(1만원)가 팔릴 때마다 300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대학생이나 행사 비용을 아껴 기부하겠다는 분들이 나와 고맙고, 신기하다”며 “TFT를 발판으로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기업가 교육을 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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