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아이들의 꿈을 무력화시키는 원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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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고도 소아비만인 김군이 들어오자, 진료실 안은 김군의 땀냄새를 비롯한 체취들로 진동하였다. 옷은 명품 옷이었지만 김군의 손이나 두발 등 위생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매우 깔끔하고 세련된 사람으로 아이를 방치할 스타일로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김군의 표정이 시무룩하였는데 내원 전 위생문제로 엄마와 한바탕 언쟁을 벌였다고 한다.

아이가 잘 씻지 않기 시작한 것은 살이 급격하게 불면서부터라고 한다. 한 옷을 갈아입지 않고 2주일 정도 입는 적이 다반사이며 옷을 갈아 입히거나 목욕을 시키려고 하면 울면서 반항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살이 찌기 전만 해도 보통의 깔끔한 아이였다고 엄마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림을 통해 나타난 김군의 심리검사는 매우 무기력하고 우울한 상태였다. 선들은 들쭉날쭉 날카로웠으며 색들은 무미건조하였다. 면담 중 미래의 꿈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질문에 “없어요”란 대답이 돌아왔다. 목소리는 건조하고 톤이 묻어나지 않았으며 김군의 시선은 불안하게 발끝을 향하고 있었다.

소아비만을 치료하다 보니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면 아이들의 정서와 에너지 상태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소아비만 아동들의 상당수가 꿈이 없다. 꿈이 없는 아동들이 비만으로 변했는지, 비만한 아동들이 점점 꿈을 상실하게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연관성은 정상체중의 아동들에 비해 매우 높다. 그리고 일부 소아비만 아동들은 오히려 꿈을 가지는 것을 싫어하거나 혐오하기까지 한다.

소아비만은 아동의 무기력증을 만드는 큰 요인중의 하나이지만, 다음과 같은 요소들도 아이들의 꿈 없음에 대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1. 엄마의 무기력은 아이에게 학습된다.
2. 엄마의 지나친 간섭이 아이를 지치게 한다.
3. 부모의 불화, 즉 아빠와 엄마의 사이가 좋지 않으면 아이는 불안해진다
4. 과잉보호는 아이를 온실 속의 화초로 만든다.

꿈이 없는 아이들의 행동양상은 다음과 같다. 자기관리가 약하다. 그래서 자기를 돌보거나 조절하는데 미숙함을 드러낸다. 에너지가 없다 보니 공부를 하지 않는다. 게임이나 인스턴트음식 등의 중독적 행태를 쫓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줄 수 있는가?

첫째, 일단 주어가 바뀌어야 한다. 찾아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꿈을 찾도록 옆에서 지원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꿈 찾기의 가장 좋은 롤모델은 부모이다. 즉 부모가 꿈을 쫓아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저절로 꿈을 가지는 일을 자기화하게 된다.

둘째, 간접경험을 풍부하게 해야 한다. 간접경험의 가장 좋은 예는 독서이다. 아이들이 몰랐던 꿈을 찾을 수 있게 위인, 여행, 세계, 과학 분야의 책이 아이를 이끈다.

셋째, 성취감을 키워주어야 한다.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이루고 성취한 아이들은 새로운 에너지를얻게 된다. 어렵고 거창할 필요가 없다. 사소한 일이라도 이루게 되면 그것으로부터 얻는 성취감은 대단하다. 물론 부모나 선생님의 진심 어린 칭찬이 어우러지면 금상첨화이다.

넷째, 선행의 경험을 가지게 하라. 꼭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해서 긍휼심을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선행하게 되면 테레사효과로 내몸의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용솟음친다. 몸이 먼저 긍정을 배우게 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라이온스 클럽의 필리핀 해외의료봉사에 갔다 온 거의 모든 아이들의 공부의욕이 항진되어 성적이 향상된 것은 매우 당연한 사실이다.

긍정과 꿈은 주입한다고 해서 가져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 역시 진지한 교육이고 체계적인 학습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김군은 식습관교정과 스트레스 조절훈련으로 적지 않은 체중감량을 이루었다. 체중감량은 김군에게 숨어있던 무기력과 패배감을 불식하고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고양시켰다.

이제 아이에게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한다.
“선생님, 저의 꿈은 과학자에요.”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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