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입소문 난 학원 보내기보다 아이에게 맞는 공부법 찾아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얼마 전 모 일간지에 20여 년 간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을 주도해 왔던 대치동 학원가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났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대치동 학원가의 몰락은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의 미래와 그에 따른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치동에서 사교육이 번창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들의 교육열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형 교육방식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짐과 동시에 이를 이용한 엄친아 마케팅의 성공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부모는 친구의 자녀가 공부를 잘하면 그 자녀가 다니는 학원에 아이를 보낸다. 아이의 특성은 무시된 채 우리 아이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러나 이러한 아이들 가운데 7~80%는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실패를 맛본다. 그리고 부모는 실패의 원인이 아이의 능력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맞는 말 일까.

대치동 교육법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빡세게 가르치는 것이다. 정규 수업 외에 엄청난 분량의 과제물을 내준다. 예를 들면 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루에 50~100개의 단어를 외우게 하고 아이의 수준을 넘어선 어려운 독해 과제 등을 낸다. 표면적으로는 아이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학부모가 원하기 때문이다. 밤을 새워서라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아이는 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학습역량에 넘치는 분량의 과제물에 중압감을 느끼는 아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영어에 흥미를 잃게 되고 흥미를 잃은 아이는 자신감마저 상실되어 결국 영포자(영어를 포기하는 자)가 되고 만다. 이러한 포기 현상이 초등학교 5~6학년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이쯤 되면 아이는 학원 다니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부모는 어쩔 수 없이 학원을 옮기다가 결국은 동네학원으로 유턴하거나 경제력이 있는 부모는 과외 쪽으로 아이의 등을 떠민다. 이것이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사교육 시장에 풍선효과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올바른 영어교육에 대한 정보의 부재로 인해 학원의 명성, 교사의 화려한 경력 또는 실력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학습인지능력을 고려한 영어교육방식이다. 교사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영어가 안 되는 아이가 너무 많은 것은 교사의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심플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 비효율적인 학업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영어에 대한 흥미와 학습욕구를 유지할 수 있다.

장영식 NF 에듀케이션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