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 임진각 막히자 강화도서 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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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싼 긴장 고조가 이어지면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주위의 주민들은 며칠째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북민련)가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를 시도한 22일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정착촌인 대성동 마을과 민통선 안쪽의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 대부분은 당국의 유도에 따라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대성동 마을 김동구(44) 이장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마을에 남아 있던 75명 주민 전원이 대피소로 몸을 피했다”며 “주민 전원이 대피소로 피한 위급 상황은 마을이 생긴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민 대부분은 오후 들어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일손이 잡히지 않아 농사일을 하지 못했다.

 인근 통일촌 마을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주민 190명은 대피소로 피신한 채 2시간30분 동안 불안감 속에서 방송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완배(60) 이장은 “앞으로 임진각 일대에서 대북 전단 날리기가 또다시 시도된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몰려나가 이들을 제지하기로 했다”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해마루촌 주민 조봉연(55)씨는 “설령 대북 전단을 살포하더라도 임진각 같은 공개 장소에서 만천하에 광고하고 할 일이 아니라 비공개 장소에서 조용히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민통선 주민들을 볼모로 한 전단 살포는 즉각 중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진각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파주시의 권고에 따라 하루 동안 휴업했다.

 이날 오전 임진각 일대에서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군과 경찰은 이날 오전 6시 임진각 건물 2층에 합동상황실을 설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주변에는 군·경 800여 명이 배치됐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임진각 주변은 경비가 삼엄한 작전 지역으로 변했다.

 경찰은 임진각으로 향하는 자유로와 통일로 2곳을 통제하고 임진각에서의 전단 살포를 원천 봉쇄했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인 북민련 회원 80여 명이 탄 관광버스와 승합차량은 오전 10시쯤 자유로 당동IC에서 경찰 저지선에 막혔다. 이들은 1시간20분 동안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돌아갔다. 북민련은 임진각 살포를 포기한 대신 오후 6시쯤 인천시 강화도 하점면에서 대북 전단 12만 장을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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