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조건부 출자총액제한제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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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대기업의 계열사 확장을 선별적으로 막기 위해 조건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추진한다. 무분별한 확장은 막되 꼭 필요한 투자에 대해선 제한하지 않는 제도다. 또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는 방안도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위원장 김종인) 산하 경제민주화추진단은 21일 3개 분과(재벌개혁, 금융, 중소기업)의 간사단이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22일 “(2009년 폐지된 출총제를) 제한적으로 재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신성장동력을 위해 투자하거나 주력 업종에 신규 투자할 때는 제한되지 않아 민주통합당의 출총제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출총제는 다른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출자) 보유할 수 있는 총액을 일정 비율로 제한함으로써 대기업의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을 막는 규제다. 박 후보는 그동안 규제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총제 부활에 부정적이었으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재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추진단은 또 기존 순환출자를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관계자는 “박 후보가 밝힌 신규 순환출자의 금지에서 더 나아가 기존 순환출자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순환출자로 부풀려진 ‘가공의결권’을 통해 대기업 오너 일가가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출총제를 순환출자로 연결된 계열사에만 적용하는 방안도 넓게 봐서는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법이라는 게 추진단의 설명이다.

 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자는 논의도 진전된 상태다. 국민연금의 운용기금 규모는 지난해 말 349조원에 달하고,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169개(지난해 9월 말 기준)에 이른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면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막는 데 정부가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관치경영’의 부작용이 커진다는 우려도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중립적 기구를 새로 만들거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법 등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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