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풍토병 위험 뚫고 … 적도에 핀 ‘건설 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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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파푸아뉴기니 LNG 가스 플랜트 공사 현장. 천연가스 매장량이 3억1500만t에 달하는 이 나라는 떠오르는 LNG 플랜트 시장이다. [사진 대우건설]

직항 노선이 없어 서울을 떠난 지 22시간 만에 도착한 파푸아뉴기니. 공항에서 공사 현장까지는 불과 20㎞ 거리지만 자동차로는 한 시간 이상 걸렸다. 포장도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열악해서다. 차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도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다 쓰러진 건물과 초라한 행색의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이곳에서 대우건설이 2010년 9월부터 천연가스를 액화가스로 만들 수 있는 2억9000만 달러짜리 플랜트를 짓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로는 최초로 파푸아뉴기니 LNG 시장을 개척한 사례다. 대우건설은 해발 2700m에 매장된 천연가스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액화시키는 핵심 시설인 플랜트를 짓고 있다. 현장에는 한국인 근로자 220명을 포함해 3700여 명이 투입됐다.

현재 공정률은 51%로 내년 12월이면 모두 완공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30년간 천연액화가스가 연 630만t 생산된다. 연 생산량 기준으로 한국의 1년치 가스 사용량의 20%다. 대우건설의 이 공사 현장 김영후 소장은 “2000년대 중반 대우건설에 알제리 플랜트 현장을 맡겼던 일본업체가 대우의 실력을 높게 평가해 대우가 이 현장을 수의계약토록 해줘 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푸아뉴기니는 천연가스 매장량 3억1500만t, 원유 매장량 1억7000만 배럴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추고 있지만 800여 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나라여서 부족 간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도와 살인 등 생계형 범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대우건설 이정선 차장은 “평균 35도를 웃도는 더운 날씨에도 안전모와 고글은 물론 방충처리가 된 긴 옷을 입지 않으면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말라리아·뎅기열 등 질병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서다. 이휘진 파푸아뉴기니 대사는 “파푸아뉴기니는 LNG 개발이 본격화된 데다 구리나 니켈 등 천연자원이 많아 우리 기업의 진출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푸아뉴기니=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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