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벤처 영웅' "韓모바일 성공요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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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도브 모란(Dov Moran·사진). 이스라엘의 ‘벤처 영웅’으로 불리는 이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낸드 플래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엠시스템스(M-Systems)의 옛 최고경영자(CEO)였고 지금은 벤처회사 모두(MODU)의 CEO다. 그가 누군지 모르는 이들도 누구나 이 사람이 개발한 제품 하나씩은 갖고 있다. 주머니에 넣을 수 있고 모든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USB 메모리가 바로 그의 발명품이다. 도브 모란은 미국에 발표하러 갔다가 노트북이 고장 나서 발표를 못 하는 낭패를 당했다. 그때 그는 생각했다. ‘자료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아무 컴퓨터에나 넣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01년 USB 메모리 발명으로 그는 16억 달러를 벌었다.

 다음 달 열리는 테크플러스 연사로 참석하는 도브 모란 대표를 e-메일 인터뷰했다. 성공한 벤처사업가인 그는 실패도 많이 했다.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작은 휴대전화를 개발했다. 신용카드보다 작아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이 ‘모두폰’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모두폰 컨셉트는 좋았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아이디어만 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아이디어를 상용화하는 데에는 돈이 필요하고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모두폰 특허는 ‘눈 밝은’ 구글에 팔렸다.

 ‘벤처 영웅’은 실패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나는 그저 노력할 뿐이다. 성공의 비밀은 없다. 다만 남다른 뭔가가 있다면 그건 결단력이다. 결단력은 실패하고도 당당히 고개를 들고 다시 한번 도전하는 능력이다. 실패했다고 주눅 들지 않고,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안전하고 좋은 기업이라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위기는 일상적인 삶의 일부”라며 “성공 스토리보다 위기에 대한 뉴스나 잠재적 위기를 함께 인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경쟁력만 추구해서는 힘들다고 했다. 언젠가는 더 낮은 가격으로 치고 들어오는 경쟁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는 “더 좋은 제품을 내놓거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을 쓰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창의성과 혁신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한국 모바일 산업의 성공요인을 묻자 “결단력, 결단력, 결단력”이라고 답했다. 그는 “삼성은 휴대전화에 필요한 부품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며 “삼성 경영진은 대외활동에 적극적이고 다국적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란 대표는 “최근 몇 년간 10개 정도의 회사를 세웠다”며 “이들 중 몇 개 정도는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고 꿈을 이루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첫 도전의 실패는 두 번째에 더 잘할 수 있도록 당신을 단련시킬 것이다. 나도 그랬다.”

테크플러스(tech+) 국내외 명사들이 대거 참석해 첨단기술·예술·지식을 나누는 신개념 지식콘서트다. 올해 주제는 ‘꿈, 기술과 만나다’. 미국의 지식축제인 ‘테드(TED) 콘퍼런스’처럼 혁신과 창의적 패러다임·아이디어를 교환하는 자리다. 올해는 다음 달 7~8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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