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제레미 지암비 '형 내보내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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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6월 21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밥 분 감독(현 신시내티 레즈 감독)은 둘째아들 애런 분(신시내티 레즈)의 메이저리그 승격에 대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애런 대신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선수가 첫째 브렛 분(시애틀 매리너스)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제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9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제레미 지암비는 4타수 4안타 6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1회초 트윈스의 선발 브래드 래드키를 물고 늘어지며 뽑아낸 내야안타로 선제 타점을 올린 지암비는 2회 좌전안타로 2타점을 올렸으며, 4회와 8회에도 각각 2타점 2루타와 1타점 2루타를 쳐내는 원맨쇼를 했다.

제레미 지암비는 형 제이슨의 앞타순인 3번타자로 출장하기 시작한 7월 이후 타율 4할(55타수 22안타) 15타점으로 팀 상승세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 시절부터 형 못지 않은 타격 실력을 자랑했던 지암비는 수비에서 마이크 스위니에 밀리며 지난해 어슬레틱스로 트레이드됐다. 1루수로서 아메리칸리그 MVP인 형과 포지션이 겹친 이유로 그간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던 지암비는 올해부터는 지명타자와 외야수로 꾸준히 출전하며 소문 그대로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리틀 G' 제레미 지암비의 활약은 형 제이슨의 방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어슬레틱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의 신분을 얻게 되는 제이슨 지암비에게 줄만한 돈이 없다. 제이슨 이후의 1루를 걱정했던 팀으로서는 제레미가 맹활약을 할 경우 마음 놓고 형을 트레이드시키거나 방출할 수 있다.

지암비 형제에게는 14년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폴 · 로이드 워너 형제(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우애가 그저 부러울 따름.

한편 어슬레틱스의 선발투수로 나선 팀 허드슨은 7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시즌 11승을 챙겼다. 어슬레틱스는 3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 이후 12승 2패를 기록하는 무적행진으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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