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당뇨 합병증 막으려면 혈당·혈압 조절 철저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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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묵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지난해 종료한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선 인간적인 면모의 세종대왕을 그렸다. 권위와 구습에 빠져 있는 조정 대신들을 향해 화를 내기도 하고 혼자 두통에 고통을 받으면서 한글 창제를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인간적이면서도 위대하게 느껴졌다.

 세종대왕은 당뇨병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체중이 급격히 빠지면서 하루 한 동이 이상의 물을 마셨다.

 세종의 당뇨병 가능성을 추측할 수 있는 기록들이 있다. 식성이 좋아 하루 네 끼의 식사를 했다고 한다. 주로 육식을 즐겨 고기반찬이 없으면 수저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 사냥처럼 몸을 움직이는 놀이보다 늘 정사를 돌보며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이런 생활습관으로 심각한 당뇨병 합병증을 겪었다.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시각장애가 왔고, 옆구리의 종창과 풍질로 한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있지 못했다. 또 발이 썩는 당뇨발까지 겹쳐 보행이 힘들었다고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훈민정음 반포 4년 후 세종대왕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이유로 당뇨병을 꼽는다.

 당뇨병은 혈관을 망가뜨린다. 심장병·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을 부른다. 90%가 혈관으로 구성된 콩팥의 사구체도 망가뜨린다. 혈액을 여과하는 신장 기능이 망가지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몸이 붓는다. 또 제대로 여과되지 않은 혈액이 혈관을 타고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여러 장기를 손상시킨다. 이러한 당뇨병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한 혈당과 혈압 조절이 중요하다.

 다행히 세종대왕 시절보다 의학이 발전한 요즘에는 혈압이 높은 당뇨병 환자도 다양한 치료제 선택을 통해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여러 임상시험에서 로사르탄 계열 혈압약은 혈압이 높은 당뇨병 환자가 투석이나 신장 이식을 받아야 할 위험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절한 치료제 복용과 함께 식사 조절,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 당뇨와 혈압 조절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은 칼로리를 소모해 혈당 강하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혈액순환을 도와 말초혈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한다.

 세종대왕도 식사관리와 운동을 통해 당뇨 관리를 잘했다면 당뇨병 합병증에 시달리지 않고 더 많은 업적을 남겼을 것이다. 당뇨병은 충분히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최경묵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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