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에게 태블릿PC …‘종이 없는 보험계약’ 이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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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가 쓰는 종이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우리나라 전체 종이 사용량의 5분의 1입니다. 보험 계약 하나 하는데, 종이 30장이 들어가죠.”

 김창수(57·사진) 삼성화재 사장의 말이다. 그는 삼성화재의 환경경영을 설명하며 ‘태블릿PC’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태블릿PC에 업무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이른바 ‘종이 없는 보험 계약’이 가능하게 됐다. 김 사장은 “2만3000명의 설계사 중 70% 가까이 태블릿PC를 이용한다”며 “현재 연 126억원에 달하는 인쇄비용을 2016년까지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가 유독 환경에 관심이 큰 건 손해보험이란 업계 특성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풍수해보험·날씨보험 등 환경 리스크와 관련된 보험상품을 이미 판매 중이다. 자전거보험, 에코마일리지 자동차보험처럼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북돋워 주는 보험상품도 내놨다. 김 사장은 “보험은 그 자체가 환경과 관련된 인프라”라며 “제조업은 아니지만 환경과 연관성이 큰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린에너지는 삼성화재가 의욕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세계 1위 재보험사 뮌헨리의 에너지보험 전문가인 알프레드 패클러를 상근고문으로 영업했다. 신재생에너지 보험 분야에 적극 진출하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풍력·태양광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보험을 개발한다면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위 자동차보험회사인 만큼 이미 친환경자동차 분야에선 앞서 나가고 있다. 한국전력과 컨소시엄을 맺고 제주도에서 전기차 보급 시범사업에 참여 중이다. 또 정비기술지원센터를 통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자동차 정비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금융회사인 만큼 일반 제조업 공장처럼 오염물질을 크게 배출하진 않는다. 하지만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 간다. 보유 중인 전 사옥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하는 게 그중 하나다. 또 우수 협력 정비업체를 선정할 때 오염물질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해 반영한다.

 삼성화재가 녹색경영에 더 힘을 기울이게 된 데는 김 사장의 개인적인 배경도 작용했다. 그는 삼성물산 부사장 시절 탄소배출권 사업에 삼성물산이 뛰어드는 방안을 직접 검토했었다. 그만큼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문제에 해박하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린에너지 분야의 성장이 당초 예상보다 속도를 줄였지만 여전히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산업”이라며 “삼성화재도 이런 흐름에서 성장 기회를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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