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낚싯바늘을 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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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6보(58~65)=흑▲의 포위망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힘이 없는 기사는 금방 쓰러지고 말 형국이지요. 이세돌이니까 뭔가 수단이 있겠지 하면서도 타개의 수순이 좀체 그려지지 않습니다. 모니터에선 58에 백돌이 놓이고 있습니다. 묘한 수네요. 지나가는 길에 응수를 한번 물어본 것일까요. 아니면 낚싯바늘을 숨긴 수일까요.

 사실 흑은 58에 대해 상대를 안 해주면 그만입니다. 눈 딱 감고 63 자리에 그냥 이으면 아무 수도 없는 자리지요. 하지만 프로는 먼저 59의 응수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프로의 감각으로는 둔탁하게 그냥 잇는 수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 잘 보는 구리 9단도 무심히 59에 두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세돌 9단이 60에 하나 붙이고 62로 끼우자 구리의 손이 딱 멈추고 맙니다. 자신이 낚싯바늘을 물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지요.

 ‘참고도1’ 흑1로 끊으면 백2로 되모는 수가 있습니다. 흑3 따내면 백4 몰아 끈덕지게 버팁니다. 백의 꽃놀이 패니까 흑은 결국 5(△자리)로 이어 굴복하게 되고 여기서 백6이 선수로 듣게 됩니다. 해서 7로 응수할 때 8로 끊는 수가 성립해 백은 멋지게 살아갑니다. ‘참고도2’ 흑3으로 뻗는 것은 망하는 길이지요. 6으로 막아 파탄이 나고 맙니다.

 구리는 뒤늦게 63으로 철수했고 백은 64로 넘어갔습니다. 뭔가 복잡해졌어요. 백이 59의 꼬투리를 잡아 타개의 실마리를 풀고 있어요. 하지만 65의 포위도 신랄해 삶까지는 아직 먼 길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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