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MB 연평도 간 건 안보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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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이 18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1.5㎞ 지점의 연평도에 갔다. 23개월 전 북한의 포격을 받은 곳이다. 현직 대통령이 연평도에 간 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석도로부터 3㎞ 떨어진 이곳에서 “바로 북한이 보이고 좁은 땅 가운데 NLL이 있다”며 “NLL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 정부도 그런 강한 확고한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군은 통일이 될 때까지는 NLL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며 “포격 해오면 천 배 백 배 보복한다는 정신을 갖고 있으면 북한이 도발 못한다”고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을 둘러싼 최근 여야의 공방을 가리킨 듯하다.

 청와대는 그간 공방과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이날 NLL 접경 지역을 방문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노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사실상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줬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이번 방문은 동부전선의 북한 병사 귀순 사건 이후 국민이 안보에 대해 걱정이 많은 상황, 최근 북한 어선의 NLL 침범 시도, 연평도 피격 2주기를 고려한 것”(박정하 대변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당장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에선 ‘안보 행보’라고 여긴 반면 민주통합당에선 ‘선거 개입’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에 의해 NLL 관련 소모적 정쟁이 거듭되는 시점에 이뤄진 대통령의 연평도 방문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선 국면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연평도를 방문했다면 대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철우 대변인은 “민주당의 편협한 시각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토수호에 진력을 다하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북한 관련 발언도 했다. 그는 “북은 군이 민간인 식량을 빼앗고 도망오기도 하고 지금 북한 주민의 생활은 자유도 없고 인권도 없고 밥도 풍족하게 먹을 수 없다. 지구상에 그런 나라가 없다”며 “참으로 딱하긴 하지만 그러면서 핵무기를 만들어 세계를 위협하고 남쪽을 위협하고 기도 안 찬다”고 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경계를 철통같이 해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며 “북한이 어떻게 한다는 건 위장전술이고 그럴 때일수록 경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최전방관측소(OP)와 경계초소(GP)를 방문했고, 북한을 향한 K-9 자주포에 올라 경계 중인 장병과 악수를 했다. 동사무소·대피소 등 연평도 포격 당시 주요 지점도 둘러봤다. 이번 방문은 해당 부대장에게 17일 통보됐을 정도로 전격적이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연평도가 북한의 해안포와 지대함 유도탄의 사정권에 있다 보니 안전을 위해 대통령의 헬기는 해상 100m 안팎의 저고도를 유지하며 연평도까지 직선이 아닌, L자 형으로 비행했다고 한다. 공군 최신예 F-15K와 KF-16 전투기 편대가 엄호비행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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