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신 쏴줘” 경찰 76명 승진시험 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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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산지역 한 경찰서 소속 A경위는 지난 4월 같은 팀에 근무하는 B경사에게 “경감 승진심사를 앞두고 있는데 사격 점수가 걱정이다”며 “사격을 대신 좀 해 달라”고 부탁했다. B경사는 경찰서 내에서 사격 실력이 가장 뛰어났다. A경위는 또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사격시험 감독관에게도 평소 친분을 이용해 이 같은 내용을 알려 준 뒤 ‘대리사격’을 눈감아 줄 것을 부탁했다. 지난 8월 경찰청이 부산지방경찰청을 상대로 정기감사한 결과 사격 표적지가 동일한 것이 여러 장 발견되면서 이들의 대리사격은 들통 났다. 사격을 잘하는 동료 경찰에게 표적지 2장을 겹쳐 사격하게 한 뒤 함께 점수를 제출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 말까지 대리사격을 청탁하고 실행에 옮긴 경찰관 76명을 경고 조치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사격시험 관리·감독을 맡은 감독관 6명도 감봉과 견책 등의 징계를 내렸다. 대리사격 부정은 부산지역 경찰서(15개) 대부분에서 저질러졌다. 상당수는 승진을 앞두고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사격 점수를 높이기 위해 대리사격을 부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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