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고덕신도시 농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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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A씨(65)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집 문제 때문이다. A씨는 2008년 평택 고덕면과 서정·중앙·장당동 일대에 조성되는 고덕국제신도시(1341만㎡) 개발계획이 확정되면서 LH로부터 개발부지 내 농지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당초 2013년까지 개발 예정이던 신도시 조성사업이 2020년으로 늦춰져 지난 5월에서야 주택 등 지장물 보상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A씨는 곧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후 그는 인근 해창리 농업진흥구역에 집을 짓기 위해 시청을 찾았다가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농민자격’이 상실돼 농가주택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A씨는 “농업진흥구역은 집이 아닌 창고 신축만 가능하다고 한다”며 “집 대신 창고에서 살아야 할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내 농민들이 ‘농민자격’ 상실로 주거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고덕국제신도시에 사는 농민 대부분은 고덕국제신도시 개발이 진행되던 2009년 12월 농지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전체 농가주택 2975가구 중 1000여 가구가 농민자격을 잃었다. 다른 지역에 논을 소유하고 있지 않아 농지원부가 말소됐기 때문이다. 지장물 보상이 늦춰지면서 다른 곳으로 이주가 어려워져 농지도 구입하지 못한 것이다. 농민자격을 잃은 주민들은 농업진흥지역 이주택지에 마련한 농가주택단지에 입주할 수 없게 됐다. 또 별도의 농가주택 건축도 불가능해졌다. 농가주택단지 주택은 이주대책조합 등이 평균지가보다 50% 이상 싸게 공급한다.

평택=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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