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세돌, 전면전을 꿈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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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본선 32강전)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5보(43~57)=백△가 ‘사두(蛇頭)’에 해당해 백의 흐름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뱀의 머리처럼 사방을 굽어보고 있어 전투가 용이하다는 겁니다. 흑은 중앙 진출의 교두보를 위해 43, 45로 밀어야 하고 백은 편안하게 집을 챙깁니다. 이게 사두의 효과지요. 백이 48까지 넓이뛰기를 감행할 수 있는 것도 사두의 힘입니다. 구경꾼에겐 A 쪽이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아직은 걱정없다고 합니다.

 구리 9단이 49로 연결하자 이세돌 9단은 50으로 차단해 갑니다. 뒤가 불안해서 얼른 돌아설 만도 한데 계속 52로 차단합니다. 53으로 받자 이제야말로 A의 약점을 지키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세돌 9단 좀 보십시오. 마저 54로 막아버립니다. 정말 굉장합니다. 전면전입니다. 살자는 게 아니라 잡자고 대들고 있습니다. 가만 보니 흑▲ 한 점도 안전한 건 아니군요. 하지만 아래쪽엔 흑의 대 세력이 버티고 있고 부분적인 군사 수에서도 백은 크게 밀리는 형편인데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걸까요.

 다행히 ‘참고도’ 흑1로 즉각 끊는 수는 없습니다. 6으로 뻗으면 귀가 죽으니 소탐대실이지요. 그렇더라도 55로 뛰어 포위해 오니 백 전체가 답답하군요. 집은 한 집도 안 보이는데 A의 절단이 바로 코앞에 있으니 그야말로 풍전등화입니다. 아무래도 백이 불리한 것 같은데 강심장의 이세돌 9단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A로 연결할 마음도 없는 것 같아요. 도대체 무슨 수를 보고 있는 걸까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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