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의 굴욕…일반아파트보다 하락폭 커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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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우트럼프월드1차 183㎡형(이하 공급면적)은 현재 9억3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올해 초 12억2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으로 10개월 만에 3억원 가까이 빠졌다. 인근 또 다른 주상복합인 롯데캐슬아이비 152㎡형도 올 초 9억원에서 현재 7억8000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폭이 크다.

그런데 같은 여의도에 있는 일반 아파트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인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성 165㎡형은 올 초 12억7000만~14억원이었는데 현재 12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여의도 주상복합은 지어진지 10년이 안된 비교적 새 아파트인데 주로 1970년대 지어진 오래된 일반 아파트보다 낙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분당ㆍ용산 등지 주상복합 하락폭 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고급아파트의 대명사로 통하던 주상복합아파트의 인기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이 흔하지만 거래가 거의 되지 않아 급매물만 쌓이고 있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올 1~10월 현재까지 전국 주상복합 아파트는 평균 1% 떨어졌지만 지역별, 단지별 낙폭은 훨씬 크다. 강원도 주상복합은 평균 9.43% 하락한 반면 일반 아파트는 되레 3.85% 상승했다.

경기도 주상복합은 올 들어 4.45% 하락해 일반 아파트(-1.7%) 보다 하락폭이 컸다.

경기도에서는 성남 분당의 주상복합이 시세 하락을 주도했다. 정자동 파크뷰 180㎡형의 경우 올 초 14억원이 넘었지만 현재 11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아파트 168㎡형도 5억6000만원에서 4억원까지 빠졌다. 이 아파트 주변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 주상복합 가운데는 최고점 대비 40~50% 하락한 아파트도 흔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신흥 부촌으로 부상하고 있는 용산의 대형 주상복합이 많이 하락했다. 올 상반기 17억원을 웃돌던 한강로 시티파크 1단지 176㎡형은 13억4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파크타워 165㎡형은 올초 16억5000만원에 거래되다 현재 15억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없으니 급매물은 계속 쌓인다”고 말했다.

고가 대형 많고, 관리비 많은 드는 것도 부담

주상복합 아파트 시세가 많이 떨어지는 것은 우선 고가에 대형 위주가 많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전망이 비교적 좋았던 2005~2008년 고급 주상복합이 많이 분양됐고 입주시점에 경기 침체가 본격화해 하락폭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준공한지 얼마 안된 새 아파트 가운데는 분양가 밑으로 거래되는 매물이 수두룩하다.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중구 회현동 남산롯데캐슬아이리스 142㎡형이 대표적. 9억5000만원에 분양됐지만 현재 8억5000만원 낮은 가격에 물건이 나와 있다. 13억원에 분양된 남산조망권의 184㎡도 11억7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 고급 주택의 대명사인 주상복합 아파트의 몸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거래도 어렵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주상복합 단지.

지난해 12월 준공한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대우월드마크도 입주 시작과 동시에 매물이 쏟아져 나와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졌다. 9억3000만원에 분양된 139㎡는 현재 9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부동산시장에 투자수요가 사라지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것도 주상복합 인기 하락의 또 다른 원인이다.

주상복합은 기본적으로 전용면적이 일반아파트보다 작다. 일반 아파트가 공급면적 대비 실제로 사용하는 실내공간인 전용면적이 80% 수준인데 주상복합은 60% 수준에 머문다. 초고층 건물로 지어져 집 한가운데 커다란 기둥이 있어 공간 활용이 잘 안되는 단점도 있다.

“하락세 계속될 것”

주상복합 아파트는 설계상 외부에 창문을 내기 어려워 통풍과 환기, 단열 등도 좋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어컨 등 가동해야하는 시설이 많아 관리비도 일반 아파트에 비해 많다. 타워팰리스의 관리비가 바로 옆 도곡렉슬에 비해 면적당 두 배 이상 관리비가 더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길게 봤을 때 재건축을 하기도 어렵다. 이미 용적률을 쓸만큼 써 층수를 높였기 때문에 나중에 더 높이 지을 수 없다. 건물의 연한이 지나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기 만만치 않은 셈이다.

나비에셋 곽창석 사장은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 주요 지역의 몇몇을 제외하고 주상복합 아파트는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한동안 경기 침체로 주택시장 침체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주상복합 아파트 하락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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