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처럼 미국서 번 돈 고국 위해 쓰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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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한인은행 BBCN뱅크의 케빈 김 이사장. [김성룡 기자]

“한국에 자회사나 지점을 세울 계획이 있습니다. 미국에 진출하려고 하는데 현지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한국 중견 기업, 위상과 구매력이 높아진 한국에 진출하려는 교포기업이 저희가 생각하는 틈새시장입니다.”

 미국 최대 한인은행 BBCN뱅크의 케빈 김(55) 이사장이 지난주 방한해 들려준 포부다. BBCN뱅크의 자산규모는 52억 달러로, 캘리포니아주 은행 가운데 10위권이다. 김 이사장은 “미국 전체 7000여 은행 중 132위쯤이고, 시가총액이 10억 달러쯤 된다”고 덧붙였다. BBCN뱅크는 나스닥에 상장된 중앙은행·나라은행이 지난해 합병해 탄생했다.

 “한인은행은 한인사회의 성장동력입니다. 이민 초기에는 미국 내 신용도 이력이 없어 미국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듭니다. 하지만 한인은행은 이런 분들이 한국에서 어떤 일에 종사했고,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이해하죠. 그래서 한인 커뮤니티 성장에 기여했고, 한인들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은행도 성장했습니다.”

 그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유학길에 올랐다. UCLA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아서앤더슨, KPMG 등 회계법인에서 일했다. 다시 로욜라대 법학대학원을 나와 변호사가 됐다. “한국 사람들이 숫자 정리를 잘 하죠. 저도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면 문화차이라는 핸디캡이 없어 퍽 성공할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지내고 보니 능숙한 영어보다 한국말을 하고, 한국문화를 아는 것이 오히려 큰 자산이더라”고 했다. “두 번째 직장에는 종합상사 등 한국고객이 있었어요. 동료들보다 훨씬 책임 큰 일을 하게 됐지요. 지난 30년 동안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제 자산의 가치도 늘어났죠. 미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한국에 태어난 게,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게 큰 행운입니다.”

 그의 이번 방한은 넷칼(NetKAL, Network of Korean American Leaders) 회원 100여 명과 함께 이뤄졌다. 넷칼은 한인 1.5세, 2세 리더들의 모임이다. “노력도, 실력도 상당한 친구들입니다. 대부분 한국과 관계없는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성공했어요. 미국사람과 경쟁해 조금 잘해서는 성공하기 힘들어요. 월등히 잘해야죠. 이런 친구들이 한국과 연결되면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이들의 이번 방한은 한국에 대한 눈을 넓히는 데 큰 목적이 있습니다.” BBCN뱅크는 넷칼의 지난해 LA연례회합과 이번 방한을 후원했다.

 “기업으로서 BBCN뱅크가 첫째로 추구하는 건 돈을 버는 겁니다만, 한국에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게 소망이에요. 유대인들은 항상 미국에서 돈을 벌어 고국을 도울 생각을 합니다. BBCN뱅크도 한인기업으로서 그런 전례를 세웠으면, 거기에 저도 기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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