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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영어습득, 문법보다 스피드 훈련이 먼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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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일부 영어교육전문가들은 영어라는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어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다음 단계로 이해된 영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체화 과정이 필요하며 체화된 영어를 빠르게 말할 수 있어야 된다고 한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에 따라 영어의 구조를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문법(sentence grammar)을 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배워왔다.

그러나 문법 수업은 상당한 이해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해→체화→스피드로 이어지는 영어학습방식의 첫 단추 격인 이해 단계에서부터 장벽에 부딪혀 학습자들이 영어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이해를 요구하는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어구조를 이해하더라도 문법을 따지는 습성이 형성되면 영어를 체화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말하기 능력이 퇴화돼 정작 체화 단계에 들어서면서부터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이다.

‘체화’란 우리가 우리말을 할 때 문법을 의식하지 않고 말하듯이 영어가 자연스럽게 몸에 베이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인 교수·학습 방식으로 체화 단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학습자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만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 학습자가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되어 있는 학생들만이 가능한 일이다.

결국 동기부여가 약한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해 단계를 뛰어넘어 체화단계에 도달해야 수준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학습자들이 이해 단계에서 머물다 보니 많은 시간을 영어에 투자하고도 말하지 못하고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말 설명에 의해 향상된 이해능력은 정작 체화 단계에 접어들면 문법 간섭현상이라는 장벽에 부딪히게 되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네이티브 스피커 수준의 속도로 빠르게 말하는 것은 불가능해 진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식음을 전폐해가면서까지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영어라는 게임에 몰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업시간 내내 흥미를 유발하면서 영어에 빠져들게 만드는 새로운 지도방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사는 기존의 단순한 티칭 개념에서 벗어나 학습자들을 조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코칭 기법을 도입해 코치나 감독으로 거듭나야 한다. 마치 운동선수가 게임을 뛰기 위해 부단히 몸을 만들듯이 학습자가 영어 게임을 제대로 뛰기 위해서는 소리의 법칙, 리듬의 법칙에 기초한 체계화된 집중적인 스피드 훈련으로 영어교육환경의 부재를 뛰어넘게 만들 수 있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영어를 영어답게 구사할 수 있는 기본 틀을 형성하는 훈련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동기를 유발함으로써 학습자로 하여금 스스로 즐기며 영어를 습득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은 이해→체화→스피드의 단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으로 가장 먼저 스피드 훈련이 이뤄 질 수 있어야 하며 교사는 학습자 스스로 스피드 훈련을 즐길 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교사는 코칭할 수 있어야 한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리듬, 스피드 감각 형성 훈련과정을 통해 sentence grammar가 아닌 passage grammar를 체화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영어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스피드→체화 →이해의 단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장영식 NF 에듀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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