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특화거리를 가다] 20여 년 전에 조성된 ‘염치한우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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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대표적인 한우거리인 아산 염치읍의 한우특화거리에는 7개 한우전문식당이 모여 있다. 20여 년 전에 아산 도축장이 있었을 때부터 하나 둘씩 자생적으로 생겨난 업소들이다. 한우특화거리를 직접 찾아가면 도심의 한우전문식당에 비해 질 좋은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아산 특화거리 탐방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염치한우특화거리를 소개한다.

아산 염치읍 영성리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선 사계절 내내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아산 염치는 예로부터 축산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으로 유명했다. 염치한우특화거리는 인근에 제법 이름난 관광지들이 많아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여름 휴가철이면 근처 관광지인 도고 파라다이스·아산 스파비스·온양온천에서 물놀이를 즐긴 후 허기진 배를 한우로 채우려는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우특화거리의 업소들은 대부분 정육식당이다. 1988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는 ‘경동식당’에 들어서면 미로처럼 만들어진 방들의 벽마다 그동안 이 곳을 다녀간 손님들의 낙서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명구(58)대표는 경동식당만의 특색 있는 메뉴로 ‘고등심’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등심 중에서도 최상의 부위로 ‘고등어’라 칭한다”며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도축장에서 가져온 한우를 다시 작업하고 숙성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귀띔했다. 이 대표는 “한우와 더불어 육개장이 유명해지면서 육개장만 찾는 손님도 있다”고 덧붙였다.

 ‘큰고개식당’은 한우 생등심과 생삼겹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15년 전부터 2대째 경영하고 있는 식당으로 규모가 제법 크다. 평일 점심에는 인근의 직장인들이 많은데 육개장과 설렁탕은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인기메뉴다. 한우를 부위별로 모두 발라낸 뒤 남은 뼈로 국물을 우려내 기름기가 덜하고 담백한 맛이 장점이다.

 또 다른 식당인 ‘황후고기’는 한우생고기 전문점이다. 오랫동안 육가공 공장을 운영했다는 이경진 대표는 200g 1인분에 4만5000원인 ‘황후고기’를 대표메뉴로 꼽으며 한우 암소 중 최고의 품질만을 고집한다고 자부했다. 이 대표는 “암소의 연령·먹이·환경·등급에서 최고의 고기라 맛과 향이 부드럽지만, 일정하게 제공할 수 없어 운이 따라야 맛 볼 수 있는 고기”라고 강조했다.

 ‘한우드소’는 한우특화거리에서 비교적 현대적이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1대 윤교원(61) 대표는 품질관리를 하고 아들인 2대 윤주민(31)씨는 매장과 고객관리를 맡고 있다. 강원도 태백에서 오랫동안 정육식당을 운영했던 노하우를 살려 다른 업소들과는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식당 옆 정육점에서 손님이 직접 진공 포장된 고기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이 집만의 특징이다. 한우 각각의 개체식별번호와 1+ 이상의 등급과 중량, 이력제 추적시스템도 믿을만하다. 윤 대표는 “주변 150평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짓기 때문에 음식재료를 대는데 어려움이 없다”며 “상추가 고기보다 더 비쌀 때가 있지만 바로 뜯어와 넉넉하게 제공할 수 있으니 손님들이 만족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염치한우특화거리는 역사와 전통이 있고 오랫동안 찾아주는 단골 고객들이 많아 경쟁력이 있다. 가까운 예산의 광시한우거리도 유명하지만, 품질·가격·분위기로 이 곳 염치한우타운을 선호하는 손님들이 많다. 한우특화거리의 상인들은 “특화거리로 지정된 만큼 간판·도로·주차장·휴게시설·안내소 등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1년 7월에는 소도시 육성사업 설명회가 있었다. 주변의 관광지와 연계해 꾸준한 홍보를 한다면 다소 촌스러운 전통거리가 아니라 특성화 거리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 홍정선 객원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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